해자는 결과물이다

해자는 결과물이다

Thinker
로버트 비널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RV 캐피털
비즈니스 오너 펀드
Date
2022년 04월 03일
스위스 기반의 RV 캐피털(RV Capital) 창업자 겸 대표이사인 로버트 비널(Robert Vinall)이 작성한 2021년 연간 주주 서한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글입니다. 경쟁우위와 해자, 실행에 관한 훌륭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주주 서한을 다 번역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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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는 결과물이다

 
로버트 비널
(RV 캐피털, 창업자)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투자다. Investment is most intelligent when it is most business-like.
 
제 개인적으로 정말 와닿는 말인데, 제가 운영하는 펀드를 '기업 소유자(Business Owner)'라고 이름 붙인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일반적인 투자 관행이 기업가의 의사결정과 차이 나는 지점에 초과 성과의 기회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런 엇나간 영역이 어디인지를 항상 찾고 있죠.

사람의 중요성

 
그 한 가지 사례는 제가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는 사람에 관한 영역입니다. 기업가는 투자자와 비교해 사람의 중요성에 훨씬 큰 가치를 부여합니다. 벤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 기업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에 투자자는 사람을 근거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때로는 이 주제를 완전히 건너뛰기도 하죠. 이게 바로 제 투자 의사결정에서 '사람'이 첫 번째 기준인 이유입니다(기준이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라는 부분이 워낙 중요하기도 하지만, 다른 투자자의 관심이 낮은 만큼 시장 비효율성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이기도 합니다.
 

실행의 중요성

 
기업가와 상장 주식 투자자의 생각 간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영역은 실행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이번 주주 서한의 나머지 부분을 전부 할애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기업가는 실행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John Doerr,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의 회장으로 1980년대부터 구글, 아마존, 유튜브 등에 투자했고 <OKR: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가 구글에 전해준 성공 방식> 등을 저술했다)는 이를 명료하게 요약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Execution is everything.
 
반면에 투자자는 실행이 경쟁우위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경쟁우위 중심 사고를 처음으로 주창했고 두 권의 책을 썼습니다. 그는 운영 효율이 기업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리의 가장 유명한 지지자는 워런 버핏인데,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무너져가는 방직 공장을 두고 고생한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의 관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너무나 훌륭한 사업이라서 바보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어찌 됐든 조만간 바보가 경영하게 될 테니까요. I try to invest in businesses that are so wonderful that an idiot can run them. Because sooner or later, one will.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저는 운영 효율이 경쟁우위보다 덜 중요하다는 논리가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투자 하면서 경험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인데요. 제가 만난 최고의 기업은 사업을 매일 조금씩 점진적으로 개선하면서 차별화합니다. 해자를 갖춰서 경쟁에 면역이 되어있는 게 아니라요.
 
제가 이 사실을 깨닫게 해준 첫 번째 기업은 독일 IT 서비스 사업자인 벡틀(Bechtle)입니다. 벡틀은 파편화되고 경쟁이 아주 치열한 시장에서 사업의 모든 부분을 다른 기업보다 잘 수행함으로써 수십 년간 경쟁자를 압도하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다른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 관점은 강화됐는데, 반려동물 보험사인 트루패니언(Trupanion)과 자동차 대출 금융사인 크레딧 액셉턴스(Credit Acceptance)가 그 예시입니다. 트루패니언은 손해율을 추정하고 고객 유보율(customer retention)을 높이며 고객 획득에 더 많은 자본을 배분하는 등 사업의 세세한 부분에서 더 잘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회사입니다. 대릴 롤링스 CEO는 앞서 언급한 부분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회사가 거둔 진전을 훌륭한 주주 서한을 통해 전달합니다. 크레딧 액셉턴스는 '조직 위생 요인(organisational hygiene)'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실행해왔습니다. 매달 지도부는 직원이 일을 더 잘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에 관해 조사하고 이를 제거합니다. 다음 달에도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됩니다. 제가 경험한 이런 기업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해자는 결과물이다

 
이런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규모를 갖추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회사의 명성을 향상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규모의 경제나 강력한 브랜드, 데이터의 네트워크 효과 같은 여러 경쟁우위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쟁우위는 성공의 증표(trappings)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마치 페라리를 모는 성공한 기업가에 관해서 그 사람이 페라리를 몰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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