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치 투자의 전망(2015년) #4

중국 가치 투자의 전망(2015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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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루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찰리 멍거
히말라야 캐피털
Date
2023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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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치 투자의 전망 #4

 
리루
2015년 10월 28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4. 중국에서 가치 투자가 가능할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다뤄보겠습니다. 중국에서도 '올바른 길'인 가치 투자가 가능할까요?
지난 수백 년간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오랫동안 뛰어난 실적을 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그러한 환경이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야 만들어졌던 이유를 앞서 살펴봤죠. 그때 인류는 제가 '문명 3.0'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시대인 근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근대 과학과 기술은 자유시장과 결합했죠. 중국은 예외일까요? 미국과 유럽만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중국은 미국과 아주 달라서 그러한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제에 맞춰서 투자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정말 예외일까요?
대다수가 (투자가 아니라) 투기만 한다면 주가와 내재가치가 차이 나는 때가 많을 것입니다. 중국이 향후 수십 년간 미국 경제 및 주식시장과 똑같은 경로를 밟을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면 주가는 오랫동안 내재가치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장기'는 어느 정도 기간을 뜻할까요? 중국의 금융자산을 두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시장경제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주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중국의 향후 수십 년간 미래에 관한 예측과도 맞닿아 있고요.
저는 중국에서 가치 투자가 성공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습니다.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국 자체에 투자하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도 1929년(대공황)이나 2008년(금융위기) 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올해가 그러한 해였고, 남은 몇 달간 더 많은 변동성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어디에 투자하더라도 시장에서 항상 그러한 질문을 마주할 것입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모든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피할 수 없고,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통계 수치를 다시 봅시다. 중국 주식시장과 다른 자산군의 실적을 비교하기 위해 가능한 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그림 5는 1991년 말부터 지난해(2014년) 말까지 미국 금융자산의 실적을 보여줍니다. 앞서 살펴봤던 지난 200년간의 실적(그림 1)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의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했지만, 현금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지난 200년과 마찬가지로 GDP가 계속해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5] 미국 주요 금융자산의 과거 실적(1991~2014년)
[그림 5] 미국 주요 금융자산의 과거 실적(1991~2014년)
 
이제 중국의 수치를 봅시다. 1990년 8개 기업이 최초 상장하며('라오바구老八股'라고 부른다) 시작한 중국 주식시장은 1991년 최초의 주가지수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여러분도 한번 맞혀 보시겠어요? 지난 3개월간 중국 주식시장이 널뛰기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중국 주식시장은 과거에도 그랬을까요? 그림 6을 봅시다.
[그림 6] 중국 주요 금융자산의 과거 실적(1991~2014년)
[그림 6] 중국 주요 금융자산의 과거 실적(1991~2014년)
 
지난 20여 년간 중국도 과거 200년간 미국의 상황과 유사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1991년 현금 1달러는 현재 47.3센트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금도 똑같은 결과였고요. 상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꾸준히 상승했고, 채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GDP가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은 미국과 다릅니다. 그 결과 중국의 (개별 기업) 주가와 주가지수는 GDP 성장에 비례하는 변화 폭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신흥국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유형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주요 금융자산의 실적은 미국과 유사했고, GDP 성장이 이를 견인했다는 점도 똑같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현금의 가치가 하락했고 주식은 높은 비율로 상승했습니다. (주식 상승률의 차이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방향성이 똑같았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그림 7] 미국과 중국 주가지수 비교(1992~2015년 10월)
[그림 7] 미국과 중국 주가지수 비교(1992~2015년 10월)
 
[그림 8] 중국과 미국, 홍콩의 GDP 성장(1991~2014년)
[그림 8] 중국과 미국, 홍콩의 GDP 성장(1991~2014년)
 
따라서 지난 20년간 중국이 문명 3.0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고 미국과 유사한 실적을 올렸다고 결론 내려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방향성은 똑같았지만, 속도는 더 빨랐습니다. 동 기간 상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가 연평균 12% 상승하며 20여 년 전과 비교해 15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을 포함하여 주가지수와 똑같은 실적을 낸 투자자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처음 시작한 날부터 주가지수와 똑같은 실적을 낸 유일한 주체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정부입니다. 모든 사람이 중국의 높은 부채비율을 두고 우려를 표했지만, 중국 정부가 사실상 모든 기업의 대주주라는 사실은 놓쳤습니다. 주식시장에 있는 투기꾼 중에서 중국 정부에 비견할 만한 실적을 낸 사람은 없습니다. 애초에 중국이 미국과 유사한 실적을 내리라고 예측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서로 걸어온 길이 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대화와 문명 3.0을 받아들인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개별 기업의 실적도 비슷했을까요? 친숙한 기업 몇 곳을 살펴보겠습니다. 차이나 반케China Vanke(부동산)와 그리 일렉트릭 어플라이언스Gree Electric Appliances(전자제품 제조), 푸야오 글래스 인더스트리 그룹Fuyao Glass Industry Group(자동차 안전유리, 산업 기술용 유리), 스테이트 파워State Power(전력), 구이저우 마오타이Kweichow Maotai(주류)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처음에 아주 작은 규모였지만, 300~1,000배 성장하며 현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림 9] 중국 기업 주식(A주)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그림 9] 중국 기업 주식(A주)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지난 20년간 1,000배 수익률을 낸 사람이 있을까요? 차이나 반케에 투자했다면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상장 전 투자한 사람만 그 정도 수익을 냈을 텐데, 상장일에 종가가 시가의 10배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장 전 투자 사례는 제외하고 생각해 봅시다. 상장 이튿날부터는 모두가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차이나 반케 주식을 매수했다면 현재까지 20년간 100배 수익을 냈을 것입니다. 이너 몽골리아 이리 인더스트리얼 그룹Inner Mongolia Yili Industrial Group(유제품)에 투자했다면 110배 수익을 냈을 테고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이 기업들은 실존합니다. 모두가 초소형 기업에서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홍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텐센트 홀딩스Tencent Holdings에 투자했다면 186배 수익을 냈을 것입니다. 텐센트는 불과 10여 년 전인 2004년에 상장했는데도요. 홍콩 기업은 모두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그림 10을 참고하십시오). 안후이 콘치Anhui Conch(시멘트)와 차이나 에버브라이트 인터내셔널China Everbright International(에너지), 홍콩증권거래소, 리 앤드 펑Li & Fung(유통) 등입니다. 여러분에게 친숙한 기업만 거론했을 뿐, 이러한 유형의 홍콩 기업은 더 많습니다.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례를 들었을 뿐입니다.
[그림 10] 중국 기업 주식(H주)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그림 10] 중국 기업 주식(H주)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실적을 낸 잘 알려진 기업은 몇 안 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958년부터 현재까지 주가가 2만 6,000배 상승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기업 목록에도 바이두Baidu와 시트립Ctrip 같은 중국 기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그림 11을 참고하십시오).
[그림 11] 미국 상장 기업 주식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그림 11] 미국 상장 기업 주식의 과거 실적(상장일~2015년 8월)
 
특정 기업을 찬양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렇게 높은 수익을 낼 기회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주가지수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러한 개별 기업의 집합입니다. 중국은 지난 200년간 여러 경로를 택했지만, 문명 3.0으로 방향을 정한 후에는 다른 선진국과 유사한 성과를 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의 실적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합니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중국 주식시장이 향후 수십 년 동안에도비슷한 실적을 낼지겠죠. 과거와 똑같은 기업은 아니더라도 100배에서 1,000배에 이르는 수익을 낼 기회가 또 있을까요? 그러한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은 어디일까요? 오늘 강의에서 다룰 마지막 질문입니다.
먼저 중국의 전체 근대화 과정을 살펴보고 중국이 예외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중국의 근대화는 1840년 시작했지만, 무언가를 목표로 하면서 스스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부 영향이 없었다면 중국은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 정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서 시장경제가 발전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서도 시장경제가 발현했을 법한 대여섯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깊게 뿌리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한나라 이후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거대하며 강력하고 뿌리 깊은 국가를 이뤘습니다. 지정학과도 관련 있지만, 오늘 다룰 주제는 아닙니다. 요점은 지난 2,000년간 중국이 아주 강력하고 견고했기에 문명 3.0이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명 3.0을 향한 시대적 요구에 저항하지는 못했지만요.
1840년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변화에는 흔히들 이해하는 것처럼 체제의 단순한 근대화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문화적 변화나 경제 체제를 넘어 문명 차원의 변화였습니다.
이 문명의 변화는 기원전 9,000년 전의 농업 혁명에 비견할 만합니다. 농업 혁명은 우연이라는 요인이 작동했습니다. 중동에서 마지막 빙하기가 종료한 후 농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는 농사를 지을 야생식물과 가축으로 삼을 야생동물이 존재했죠. 그 지역에서 농업이 뿌리내린 후 전 세계 모든 곳으로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현재의 문명 3.0은 시장경제가 근대 과학 및 기술과 결합하며 탄생했습니다. 지난 200년간 문명 3.0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과정은 과거 문명 2.0의 확산 과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문명 3.0의 부상은 지리적 요인에 의해 우연히 발생한 사건들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문명 2.0과 닮았습니다. 필연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지리적 위치상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은 서유럽이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서유럽에서 3,000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태평양을 거쳐 6,000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해류로 인해 9,000마일에 가깝고요. 중국은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할 동기도 없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경제가 부상했는데,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즉 정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유기업과 개인의 권리에 바탕을 둔 경제 체제가 등장했습니다. 이 체제는 인류의 기존 세계관에 반기를 들었고, 그 결과 근대 과학의 탄생을 낳았습니다. 근대 과학 역시 고대 지식을 다시 검토하고 계몽주의를 낳으며 혁명을 일으켰고요. 이러한 배경과 조건에서 문명 3.0이 탄생했습니다.
중국 사회에서는 그러한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명 2.0에서 그러했듯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해 기존 체제를 대체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습니다. 생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하나의 장소에서 발현한 단일 종이었습니다. 인류는 5~6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이동하기 시작해 3만 5,000년에 걸쳐 전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이들은 여러 경로를 거쳐 유럽과 중국,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본성은 지능과 진취성, 연민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추가 설명: 하나의 종으로서 인류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기회의 평등을 수용합니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더 진보한 문명 체제가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추가 설명: 기회의 평등을 수용함으로써 각 사회가 고유의 문화와 체제를 만들고, 낙후된 지역까지 침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평등에서 평등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문명의 확산 속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적 진보한 문명과 문화권,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없는 국가는 더 빨리 동화할 것입니다. 아시아의 첫 번째 근대 국가가 일본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이 그 뒤를 이었지만, 영국의 완전 식민지였던 인도는 속도가 느렸습니다.
더 이상 상세하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중국에서 1840년부터 근대화 과정이 진행되었지만, 근대성의 본질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고 결론 내리기에 충분합니다. 1840년부터 중국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초기에는 서양의 과학 및 기술만 배우고 나머지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양무운동Self-Strengthening Movement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이후 태평천국의 난Taiping Rebellion(1850~1864년 만주족 황실의 청나라와 기독교 사상에 바탕을 둔 종교국가 태평천국이 벌인 내전)과 일본 강점기를 겪었습니다. 중국이 일본의 근대화 경로를 모방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과 정반대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1949년 이후 30년간 중국은 집체경제collective economy라는 완전 계획 경제 체제를 택했습니다. 중국은 사실상 모든 체제를 한 번씩 시도해 본 국가입니다. 이후 1970년 말부터는 문명 3.0을 향한 경로, 즉 근대 과학 및 기술과 결합한 자유시장 체제를 시도했습니다. 그때까지 150년간 모든 체제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정치 체제뿐 아니라 문화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35년간 중국의 전체 경제 체제는 갑자기 문명 3.0의 경로와 놀라운 일관성을 보여 왔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진정한 문명 3.0에 들어선 것은 35년밖에 안 지났습니다. 이전 150년간 근대화를 향한 여정은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방향성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국은 겨우 35년 전에야 문명 3.0의 본질, 즉 자유시장경제와 근대 과학·기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을 시작하자마자 중국 경제는 다른 문명 3.0 경제와 놀랍도록 유사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앞서 그림에서 살펴보았듯이 지난 20~30년간 중국 주식과 기업은 정말 놀라운 실적을 올렸습니다. 중국이 문명 3.0으로 이행하는 방식은 다른 문명 3.0 국가와 사실상 똑같았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중국은 예외가 아닙니다. 차이점은 문화와 정치 체제에서 비롯합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문화와 정치 체제는 문명 3.0의 본질적인 구성 요소가 아닙니다.
중국이 문명 3.0의 경로를 이탈할 수 있을까요? 중국의 정치 체제가 다르다는 점을 두고 많은 국내외 투자자가 크게 우려합니다. 결국 중국은 현재 정치 체제는 지난 200년간 지속했을뿐더러 근대화를 향한 수많은 방법을 시도한 전례도 있습니다. 중국이 정반대의 경로를 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알고 있듯이 중국은 1949년 이후 30년간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집산화를 추진했습니다. 중국의 정치 체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죠. 지금 갑작스레 방향을 선회해서 시장경제를 버릴 수도 있을까요? 투자자는 이 질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문명 3.0의 전망과 중국에서 가치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만약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거나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시장이 당신을 뒤흔들 것입니다. 생각이 명료하지 않을 때 실수하고 동요하는 법입니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정답은 없습니다. 지난 200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수많은 지식인이 고민했지만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가 던진 질문 역시 수십 년간 고민해 왔지만,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문명 3.0의 '철칙'을 학습해야 합니다. 문명 3.0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유거래를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계속해서 달성하는 방식에 관한 피상적인 학습은 이미 끝냈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이 과정을 가속합니다. 더 많은 사람과 국가가 이러한 형태의 거래에 참여할수록 거기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계속해서 커집니다. 애덤 스미스가 이를 발견했고, 리카르도는 국가와 경제 체제 간 거래로 논의를 확장해 자유무역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습니다. 두 사람의 이론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은 시장의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규모의 효과 덕분에 대규모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규모 시장을 압도합니다. 결국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이 유일한 시장이 될 테고요.
문명 2.0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결론입니다. 자유무역은 이러한 통찰의 산물이었고, 그러한 통찰이 없었다면 세계화는 물론이고 자유무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18~19세기 영국에서 처음 고안된 이 가설은 1990년대 초 세계화가 부상하면서 비로소 입증되었습니다. 세계화가 부상했던 때부터 현재까지를 놓고 보면 새로운 가설도 하나 도출할 수 있습니다. 즉 서로 다른 두 체제가 경쟁하는데 하나는 '1+1>2'의 비율로 가치를 창출하고 다른 하나는 '1+1>4'의 비율로 가치를 창출한다면, 후자의 가치 축적 속도가 훨씬 높아서 결국 유일한 시장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그러한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합니다. 리카르도는 무역에 참여하는 두 주체가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자유무역에 한정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모든 시장이 단일 세계시장으로 통합되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수십 년간 역사가 흘러온 추세였습니다. 처음에는 영국과 미국 간 대서양 무역으로 시작했습니다. 양국은 이 무역 개념을 식민지에 적용했죠.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후 두 개의 폐쇄적 경제권역이 생겨났습니다. 미국과 서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한 권역과 소비에트 연방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역이었습니다. 전자의 규모가 훨씬 컸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 효율성도 더 높았습니다. 처음에는 두 권역이 서로 좋은 무역 대상이었지만, 수십 년이 흐른 후 미국과 소련의 격차가 커졌습니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격차도 커졌고, 홍콩 및 대만과 중국 본토의 격차도 커졌습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격차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문명 3.0의 본질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제가 문명 3.0의 '철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인데요. 자유무역과 자유거래, 자유시장을 핵심으로 두는, 전 세계적으로 통합된 공통의 경제 체제입니다.
시장에는 규모의 경제가 존재합니다. 시장 참여자와 이들 간 거래가 증가할수록 더 높은 한계가치를 창출합니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수록 경제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부가 증가하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는 두 시장 중 규모가 더 큰 시장이 결국 유일한 시장이 될 것입니다. 이 시장을 떠나려는 개인이나 산업, 국가는 뒤처지고, 결국 다시 합류할 것입니다. 개별 국가가 국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세를 낮추고 세계경제에 합류하는 것입니다. 개별 국가가 뒤처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경을 봉쇄하는 것입니다. 시장 기능을 통해 근대 과학과 기술은 계속해서 진보할 것이고, 비용은 계속해서 하락할 것입니다. 이것이 만족할 줄 모르는 인류의 수요와 결합하면 경제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근대성의 본질입니다. 세계화가 등장하면서 이제 우리는 동유럽과 서유럽, 북한과 남한, 개혁 이전의 중국과 홍콩·대만 간 격차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일한 경제인 세계경제에 다시 합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란처럼 규모가 작은 국가는 전 세계와 단절한 상태로 최첨단 기술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란이 적합한 사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중국은 어떠한가요? 중국이 아니라면, 소련은 어떠한가요?
최근 몇 년간의 정보가 이전에 만들어진 모든 정보의 양을 능가할 만큼 새로운 정보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지난 10년간 이런 속도가 유지된 덕분에 정보량이 8년마다 2배가 되었죠. 앞으로 10년 동안 속도가 가속하리라고 봅니다. '1+1>4'의 철칙이 계속해서 반복하며 더욱 빠른 속도를 낼 것입니다. 소규모 시장은 뒤처질 테고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났고, 그 이전에도 20~30년간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혼자 떨어져 독립된 경제를 구축하려는 경제 체제는 곧 상대적 규모가 더 감소하면서 계속해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시장의 규칙을 바꾸거나 공통의 세계시장을 이탈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뒤처질 것입니다. 저는 중국처럼 성숙하고 역사적으로 많은 성공을 경험했으며 문화적으로 진보한 국가의 시민 대다수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중국이 거대 시장을 잠깐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영원한 패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입니다. 수천 년간 성공을 경험한 중국 시민은 패배로 가는 길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명 3.0에서 잠깐 이탈하는 시기가 존재하더라도 재빠르게 경로를 수정해서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 역사의 흐름에서는 그런 이탈이 별것 아닌 듯해도, 우리 각자의 삶에서는 비교적 긴 기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자유시장은 존재할 것이고, 투자자는 적정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기를 충분히 견뎌낼 수 있습니다. [추가 설명: 그런 이탈은 지난 10년간 중국이 주식시장의 역사적 저점을 갱신했던 경험보다는 덜 공포스럽습니다.] 이것을 믿는 사람이 문명 3.0의 철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적정 안전마진을 두고 투자할 기회가 여전히 많습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염두에 두고 중국 가치 투자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돌아가 봅시다.
저는 현재 중국이 문명 2.0과 3.0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명 2.5쯤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먼 길을 헤쳐왔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많이 남았습니다. 저는 중국이 이 경로를 계속해서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 경로를 이탈할 때의 비용이 몹시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 문화의 역사와 그 민족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특히 근대화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 이 사회가 정반대의 경로를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시장을 이탈할 확률은 사실상 제로입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폐지할 확률도 아주 낮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경제의 일원으로서 자유시장경제와 근대 과학의 조합을 실행할 확률은 아주 높습니다. 게다가 문명 3.0은 정치 체제나 문화와는 별 관계가 없고, 자유시장과 근대 과학과 더 관련성이 크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서양의 투자자를 비롯해 대다수 투자자가 가장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중국이 문명 3.0의 경로를 계속해서 밟고 자유시장과 근대 과학·기술을 추구할 때만 주요 자산군의 실적이 지난 300년간 다른 선진국이 달성했던 것과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입니다. 이때 중국 경제는 계속해서 복리 성장하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고, 그 결과 주식군이 다른 자산군의 실적을 압도할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의 가치 투자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돌려주는 믿을 만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가치 투자가 중국에서도 통한다고 제가 믿는 주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 투자가 중국에서만 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현재 미성숙 단계인 중국은 가치 투자자에게 아주 유리하기는 하지만요. 중국의 전체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70%는 단기 트레이딩에 초점을 두는 개인 투자자입니다. 얼마 안 되는 기관 투자자마저 단기 트레이딩에 초점을 둡니다. 그 결과 주가와 내재가치의 격차가 확대되는 때가 많은데, 누군가에게는 투자 기회를 만듭니다. 단기 트레이딩에 현혹되지 않고 장기 가치 투자를 고수한다면 경쟁자가 적어서 성공 가능성은 훨씬 커집니다.
중국은 경제 체제에 변화를 줘서 금융시장이 자본 조달의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중입니다. 은행을 통한 간접 조달은 더 이상 주요한 자본 원천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주요한 자본 원천이자 자본 배분의 기본 수단이 될 것입니다. 자본시장의 규모와 제도화, 성숙도가 모두 증가할 것입니다. 눈앞에 있는 것에만 초점을 둔다면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나 불공정한 조처가 불만족스러울 텐데요. 하지만 저는 시간 지평을 확대한다면 기관 투자가 늘어나고 성숙하면서 시장의 역할이 확대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요인은 다음 발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정한 가치 투자자는 더 큰 목표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젊은이를 보니 저는 다소 부러운 마음도 듭니다. 여러분은 때가 되면 가치 투자자로서 저보다 많은 기회를 마주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20년간 대가의 가르침을 받으며 가치 투자를 공부하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제 투자하고 배울 수 있었던 저는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운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지금 느끼는 바를 그대로 간직하고, 두 가지 윤리적 하한선을 항상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첫째, 수탁자의 의무를 잊지 마십시오. 고객의 돈을 여러분의 돈처럼 대하세요. 여러분의 부모님이 평생 땀 흘려가며 노력해 번 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래야만 고객의 돈을 잘 운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식과 지혜를 추구하는 것은 여러분의 윤리적 의무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시장에 돌아다니는 허황된 이론과 진짜배기를 의식적으로 구별해야 합니다. 나아가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고객에게 돌아가야 마땅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전환기에 있는 중국 경제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여러분, 여러분의 가족 간 윈-윈-윈 게임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학생이 의연한 마음으로 올바른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길이 아주 깨끗하고 경치도 특히 좋습니다. 외로움을 느끼지는 마십시오. 이 직업은 온갖 종류의 호기심과 도전, 시장 상황으로 가득 차서 그럴 새가 없을 테니까요. 여기 계신 모든 분의 장래가 밝다고 확신합니다. 15년만 버티면 분명 뛰어난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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