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죽음

주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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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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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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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Date
2023년 01월 06일
"주식의 죽음(The death of equities)"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당시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많이 인용되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게재하고 4년 후, 《비즈니스 위크》는 "주식의 부활(The rebirth of equities)"이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를 싣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 보니 잘못된 경고로 판명 난 예측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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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죽음

 
배리 리톨츠
《비즈니스 위크》, 1979년 8월 13일 자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주식 시장을 파괴하고 있나

노동부는 1979년 7월 23일을 기점으로 〈근로자 퇴직소득 보장법(ERISA: 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of 1974)〉에 근거하여 연금 운용 기관의 투자에서 충실 의무(prudence)에 관해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는 새로운 해석을 적용하기로 했다. 연금 자금은 이제 상장 주식과 우량 채권을 넘어 소형주 지분과 부동산, 원자재 선물, 심지어 금과 다이아몬드도 보유할 수 있다. 뉴욕에서 다이아몬드 딜러로 일하는 잭 B. 백커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이 경질 자산(hard asset)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이 더 활짝 열리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수많은 투자자가 기존의 전통적 투자에서 올린 수익을 인플레이션으로 깎아 먹었던 수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층위에서 보자면 노동부의 결정은 지난 10년간 주식 시장에 일어났던 비정상적인 사건의 끝없는 행렬 속 또 하나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노인 투자자들만 남았다

1970년 이래 최소 700만 명의 개인 투자자가 주식 시장을 떠났다. 그 결과 주식 시장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제 이 기관들은 더 많은 운용 자금을 주식(그리고 채권)이 아니라 다른 자산 군에 투자해도 된다는 승인을 얻었다. 국부(國富)의 절대다수를 담당하는 이 기관들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엄청난 매도 주문을 쏟아 낸다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저 상황이 악화되리라는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살로몬 브라더스의 무한책임사원인 로버트 S. 살로몬 주니어에 따르면 "전 세계 부의 상당수가 몇몇 사람이 우표를 수집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고정 자본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금융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만 60% 상승한 유가가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동시에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일어난다면 그 이동이 빗발칠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 시장과 그 자금 흐름은 13년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극도로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던 1960년대 후반 이전에는 주식 총수익률이 연평균 9%에 달하는 시기가 40년 이상 지속되었다. 동 기간 (한없이 안전한) AAA 등급 채권의 수익률은 4% 정도였다. 오늘날 상황은 역전되었다. 지난 10년간 채권 수익률은 11%에 달했지만 주식 수익률은 3%에 못 미쳤다.
그 결과 금융 시장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온 기관 투자자들조차도 단기 투자, 나아가 '대체 투자'라 불리는 모기지 담보 증권과 해외 증권, 벤처 캐피털, 리스, 보증보험계약, 물가지수연계채권, 스톡옵션, 선물 등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동시에 경질 자산 매수 행렬에 가담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보고 MMF(money market fund)로 무리 지어 모여들거나, 높아진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지방채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매수하려는 기업 주식은 극히 일부이며, 그에 따라 기업은 엄청나게 많은 부채를 조달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 재무상태표가 영구적으로 고장 난 것처럼 보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에서 탈출해 대체 투자를 추구하는 열망이 강해져서, 결과적으로 주식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이 유출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주식의 죽음'은 더 이상 주식 시장 랠리로도 막을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시장 랠리와 경기 순환, 침체, 회복, 호황의 모든 순간에 '주식의 죽음'은 지속되었다. 대중은 1950년대에 처음으로 주식이라는 자산 군에 매료되었는데,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꽤 꾸준한 성장을 구가하는 경제 환경이 뒷받침되면서 월스트리트의 대규모 프로모션이 잘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주식이 되살아나려면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서 사라져야 하고, 회계 기준이 현실을 더 반영해야 하며, 세법이 개정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소속 윌리엄 J. 펠너 교수에 따르면 "시장이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2~3년간의 신뢰 회복과 시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970년과 비교해 개인 투자자가 700만 명이나 줄었다는 사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젊은 투자자들은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1970년부터 1975년 사이 개인 투자자 수가 모든 연령대에서 줄었지만, 65세 이상 투자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동 기간 65세 미만 투자자의 수는 25% 줄었지만, 65세 이상 투자자는 30% 이상 증가했다. 미국 금융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인 투자자들만이 주식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경제 환경이 주식 투자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하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하려면 엄청난 프로모션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950년대와 비교해 현재 투자 기회의 범위는 훨씬 줄었다. 따라서 15년간 주식 투자자 수가 250% 늘어났던 20년 전의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월스트리트도 예전만큼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 같지는 않다. 주식 시장에서 고정 수수료 체계가 사라지면서 셀 사이드 회사 수가 감소했고, 이들 회사가 주식 판매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규모도 감소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주식 판매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옵션과 선물, 부동산인데, 1950년대에는 다루지 않았던 자산 군이다. 좋든 싫든 이제 미국 경제는 주식의 죽음을 사실상 영구적인 상태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물론 그와 반대되는 일이 결국 일어날 수도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성이 적다.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비즈니스 스쿨의 학장인 앨런 B. 콜먼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새로운 금융 시대에 접어들었다. 오래된 규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식 시장에서 종말을 맞은 규칙 하나는,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율이 낮았을 때 주식은 합리적인 헤지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주식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무력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재무학 부교수인 리처드 콘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이상 주식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결론의 도출은 아주 합리적이다." 실제로 살로몬 브라더스의 연구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금까지 주식 자산의 연 복리 수익률은 (실망스러운) 3.1%로 드러났다. 동 기간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연 6.5%였다. 하지만 금의 연 복리 수익률은 (놀랍게도) 19.4%를 기록했고, 다이아몬드는 연 11.8%, 단독주택 가격은 연 9.6% 상승했다.
현재 연금 계좌에 경질 자산을 편입한 은행 수는 최소 20곳에 달한다. 먼저 오리건 주립 은행은 1974년부터 고객의 퇴직연금 계좌에 금과 은 상품 편입을 허용했는데, 이제 다이아몬드도 편입 대상에 포함시켰다. 은행의 부사장인 리처드 W. 로즈의 예측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와 금괴, 크루거란드(Krugerrand,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1온스 금화), 은화에 대한 투자가 더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위치한 퍼스트-시티즌스 뱅크 앤 트러스트 컴퍼니(First-Citizens Bank & Trust Co.)는 고객이 직접 운용하는 신탁 계좌에서 다이아몬드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이아몬드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부사장인 로널드 O. 홀랜드에 따르면 "이 고객들 중 최소 95%는 인플레이션이 주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다."
인플레이션이 주식을 학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적어도 네 개는 존재한다.
  • 주가는 기업의 기대 이익을 반영한다. 하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 시기에 기업 이익은 줄어드는데, 대다수 기업은 비용 상승에 보조를 맞출 만큼 빠르게 가격을 인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인플레이션 시기에 기업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환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 상황보다 더 희망 차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형 고정자산은 대체 비용이 아니라 취득원가로 감가상각 하기 때문에 자본 투자와 재고 매입에 쓰여야 할 돈이 세금으로 나간다.
  • 투자자들은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로 이어져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가 박살 날 것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 이후에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1974년이 바로 그러했다.
  • 투자자들은 확실한 고수익을 내기 위해 주식에서 채권으로 갈아탄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기업으로 하여금 회사채를 발행하게 하는데, (회사채 이자는) 세액 공제가 가능할뿐더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가치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싸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식 시장에 상장하거나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 수가 줄어든다.
나아가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한다. "미국은 유럽병(European disease)을 앓는 중이다." 1억 2,7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인 아메리칸 애셋 매니지먼트의 회장인 토마스 A. 마틴의 말이다. 실제로 유럽의 기관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운용자산의 40% 가까이를 경질 자산, 특히 부동산에 투자해왔다. 가령 1974년 영국 철도 퇴직연금은 피카소의 〈Young Man in Blue〉부터 12세기 촛대에 이르는 미술품을 사는 데 5,800만 달러를 썼다. 이후에도 펀드는 신규 자금의 4%를 예술품에 투자했는데, 그러한 다각화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결정이었다.
미국의 기관 투자자들이 이를 따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피자헛이나 버거킹, KFC, 웬디스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을 인수해서는 가맹점주에게 임대했다. 이 프로그램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서, 지금까지 운용자산의 10% 정도를 그런 거래에 할당했던 펀드는 비중을 33%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고 한다. 펀드의 사무총장인 뉴웰 O. 가스델런은 "우리 목표는 인플레이션율보다 최소 5%p 높은 수익을 낸다는 것인데, 패스트푸드 매장 투자를 통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 전략이 보기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거대 패스트푸드 기업(즉, 마스터 프랜차이저)이 대다수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한 보증을 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지 가격은 매장 인수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현 시기에 토지는 투자손실에 대한 헤지로 볼 수 있다.
장외 투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기관 투자자가 이 투자를 꺼려 했던 주요 이유이다. 150년 전 매사추세츠 판사였던 사뮤엘 퍼트넘이 작성한 수탁자의 충실 의무(prudent man ruling, 수탁자는 합리적인 경제 주체가 투자할 만한 유가증권에만 투자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에 의거해 많은 기관 투자자는 주식과 채권 이외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되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노동부의 결정 이전에도 사실상 충실 의무는 정부의 경제 보고 시 그다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았다. "우리가 겪어온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유형을 고려할 때, 주식 시장은 투기를 의미하고 일부 유형 자산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시애틀의 레이니에르 국립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드워드 R. 맥밀런의 말이다.
오늘날 금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제창자는 알래스카 주지사인 제이 해먼드이다. 그는 1960년대 초반에 통과되어 정부 공직자 및 교사 퇴직연금이 금과 외국 증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던 법을 폐지하는 안을 내년 초에 재상정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최소 세 군데의 주정부가 퇴직연금의 유형 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알래스카주 재무부 차관인 피터 버슈어는 "해당 법규는 1960년대에는 잘 작동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때와 똑같은 경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거대 무역적자, 심각한 에너지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의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면 내 말이 사실임이 입증될 것이다."
실제로 1971년에 금 가격을 온스당 35달러에 고정시키는 미국 정부의 제한이 폐지된 이후 금 가격은 온스당 30달러로 700% 이상 상승했다.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73년에 역사상 최고치인 1,05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이후 현재의 830포인트까지 20% 가까이 하락했다. 다우 지수를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조정한다면(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결과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구매력 하락분이 거의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치를 보고도 의욕이 꺾이지 않은 유일한 집단은 바로 미국 기업들이다. 일반적으로 자사 주식을 직접 판매할 수는 없지만, 미국 기업들은 낮은 주가를 활용해 역사상 가장 활발한 기업 인수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어느 투자은행가가 말하길, "기업 인수 붐은 확실히 경질 자산에 투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사업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 자체는 아주 이치에 맞는데, 이렇게 낮은 주가에 인수하는 것은 분명히 사업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주만 살펴봐도 서독의 마네스만이 하르니슈페르를 2억 4,500만 달러에 인수했고, 영국의 미들랜드 은행이 월터 E. 헬러 인터내셔널을 5억 3,1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맥그로우-에디슨은 스튜드베이커-워딩턴을 7억 2,35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엑손이 릴라이언스 일렉트릭의 지배 지분을 12억 달러에 공개 매수하겠다는 제안은 기업 인수 역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이는 워싱턴, 즉 연방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거래이다).
 

기이한 머니 마켓

미국 이외 국가의 기업들은 다소 다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바로 자사주 매입이다. 애틀랜타 소재 투자자문사인 몬타그 앤 칼드웰의 회장인 살롱 패터슨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은 기업 보유 자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신규 자산 취득보다는 보유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주가는 평균적으로 기초자산 대체 비용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업은 1달러 가치의 자사주를 60센트만 내고 살 수 있다. 금리가 치솟는 중이지만,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부채를 조달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은 상황에서) 더더욱 저렴해진 현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뿐 아니라 세액 공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통 주식 수와 그 배당금을 줄임으로써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은 주당순이익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낮은 주가는 주식을 매수하려는 열의를 꺾는 조건이다. 투자자가 사들이는 유일한 종목 유형은 에너지 관련 기업이나 도박, 첨단 기술, 고성장 소형 기업 등 초고성장 주식뿐이다. 전체 주식 시장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졌던 10년 전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1970년대 초반에 대형 성장주, 그중에서도 특히 '니프티 피프티'라 불렸던 성장주 집단은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인기를 얻었다. 1974년 경기 침체의 도래와 함께 현재까지도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폭락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행하게도 초고성장 주식은 거대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일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3,00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며 금융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단일 주체인 개인연금 펀드는 1960년대에 신규 자금의 120% 이상을 주식 자산에 투자했다. 이를 위해 채권을 팔아서 주식을 매수할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늘날 연금 펀드의 신규 자금에서 주식 투자 비중은 겨우 13% 정도에 불과하다. 이 펀드들이 현금 비중을 확대했거나 고수익을 제공하는 단기 증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꽉 채웠기 때문이다.
요약컨대 지난 10년간 가장 위험도가 낮은 자산에서 가장 큰 수익이 났던 것을 보면 금융 시장은 아주 기이해졌다. 실제로 투자자는 단기 증권을 계속 롤오버(roll over)하는 것만으로도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을 큰 폭으로 앞설 수 있었다. 한 투자은행가의 말처럼 "주식과 채권은 그렇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미국이 투자가 아니라 즉각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중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콜먼이 지적하는 것처럼 "저축자는 채무자를 보조하고 있고, 자본 형성보다는 부채가 훨씬 더 매력적인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일본인은 가처분 소득의 25%를 저축하는 반면, 미국인은 그 비율이 겨우 6%에 그친다.
미국인의 낮은 저축률은 주택 가격의 놀라운 상승과 기업 연금 펀드의 확산, 최근의 최저시급 인상, 강화된 사회보장연금 등에도 영향받았다. 이 모든 요인들로 인해 사람들은 한 세대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의 안전성을 느끼고 있다.
 

주택: 인플레이션 헤지

이 새로운 형태의 안정성 덕분에 기업과 소비자 모두 역사상 유례없는 흥청망청한 소비를 즐기는 중이다. 경기 회복이 시작된 1975년 초부터 기업 부채는 36% 증가해 총 1조 달러가 넘었고, (기업과 가계, 정부 부채를 합산한) 총부채는 42% 증가해 4조 달러가 넘었다. 더 불길한 지점은 소비자 할부 채무(installment debt)가 50% 증가해 3,000억 달러가 되었고, 주택 담보 대출 역시 50% 이상 증가해 7,500억 달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미국인에게 주택은 사실상 가장 인기 있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되었다. 선도적인 경제 컨설팅 업체인 데이터 리소시스의 부회장 앨런 시나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동산은 과거 주식이 차지했던 만큼의 중요한 자본 시장이 되었다."
정부 정책과 주택 관련 에이전시들의 재정적 뒷받침 덕분에 주택 수요 진작도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모기지 대출을 받기가 너무나도 쉬워졌다. 현재까지 놓고 볼 때 미 재무부 단기 국채 금리(Treasury bill rate)에 연동된 변동 금리를 가진 6개월 저축 증권의 등장이 가장 중요한 변화였다. 출시 후 현재까지 1년 동안 이 증권은 1,600억 달러 치가 판매됐다. 막대한 자금 유입 덕분에 대출 기관은 소비자 지출 붐이 착실히 진행되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정부는 모기지 시장에서의 경기 순환적 하락을 피하고자 했는데, 침체가 일어날 경우 주택 구매 수요가 얼어붙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 시장에서의 이러한 조작은 금리 상승 압박이 고조되는 결과를 낳았고, 부채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주식 시장을 죽이고 있다. 살로몬 브라더스의 로버트 S. 살로몬 주니어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빠르게 증가하는 자본 시장은 모기지 부채 부문이다."
하지만 주택은 이 모든 스토리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주식 대체' 투자 부문에 유입되고 있는데, 특히 선물과 옵션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작년에 모든 미국 거래소에서 이뤄진 선물 거래 총합은 5,850만 계약이었는데, 1977년과 비교해서는 36% 증가했고 총 2,700만 계약 거래가 이뤄졌던 1974년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이 되었다. 원자재 가격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 계약과 유사하게 주가를 대상으로 하는 옵션의 성장은 더더욱 놀랍다. 1973년 110만 계약에 불과했던 옵션 거래량은 현재 5,720만 계약까지 증가했다. 게다가 주식의 옵션 대비 트레이딩 엣지(trading edge, '승률×회당 기대이익-(1-승률)×회당 기대손실'로 정의되는, 트레이딩 전략의 우위를 나타내는 지표)는 5년 전 50배에 달했으나 현재는 약 2배에 불과하다.
폭발적인 시장은 완전히 도박에 가까운 투기적인 열망을 불어 넣고 있다. 원자재를 놓고 투기 게임을 벌이는 시장 참여자는 대다수 거래에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어서,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이따금 일어나는 큰 이익에 의지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자조차 이 게임을 그만두지 못한다. 미니애폴리스 교직원 퇴직연금의 뉴웰 O. 가스델런은 총 거래의 20%에서만 이익을 거둬도 나머지 모든 거래에서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할 만큼 높은 이익이 기대되는 '투기적 기회'에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거래는 미국 기업의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것에 더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에 우려스럽다. 미 재무부 단기 국채 선물 시장에서는 계약금을 800달러만 지불하면 100만 달러 치 국채를 매수하는 계약을 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의 변동이 겨우 1%에 그쳐도 이 투기적 참여자는 지불한 계약금을 세 배로 불리거나 빈털터리가 될 수 있을 정도이다.
원래 금융 선물은 금리 변동에 대한 값싼 보호 장치로서 고안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선물 시장이 미 재무부 단기 국채 이슈와 관련해 기초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큰 우려가 존재한다. 이는 약 5,00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크고 안전한 금융 시장이다. 먼저 단기 국채의 자금 조달 시 비용과 타이밍 관점에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들 수 있다. 지난 9월 신규 국채의 경매를 며칠 앞두고 한 증권사가 30억 달러 치 단기 국채 선물 포지션을 잡으면서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포지션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선물 계약 조건을 이행할 수 있는 국채 수량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낳았다.
MMF 또한 아주 빠른 속도로 규모가 확대되는 금융 선물이다. 사실상 뮤추얼 펀드 업계가 '주식의 죽음'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가 바로 뮤추얼 펀드의 극적인 성공 때문이었다. 이 펀드들은 단기 국채와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기타 단기 증권에 투자한다. 뮤추얼 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이제 총 650억 달러 규모이고, 이중 220억 달러는 MMF 투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한때 뮤추얼 펀드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주식은 이제 그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보통 투자자에게 신용 거래를 허락하는 MMF는 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는 번창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금리가 하락한다고 해서 이 자금이 예전에 머물렀던 주식 시장으로 곧바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주식 시장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아주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회장인 데이비드 실버에 따르면 이를 위해서는 "몇 년 동안의 강세장이 지속되어서 광범위한 투자자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게다가 정부가 더 현실적인 회계 관행과 재고이익 처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시카고 소재 해리스 저축은행의 수석 부회장이자 이코노미스트인 베릴 W. 스프링클에 따르면 "조세 제도는 기업 이익을 지나치게 징벌하는데, 자산 대체 비용이 아니라 취득원가로 감각상각 하는 관행 때문이다." 이러한 세제는 투자자에게도 역시 부담스럽다. 먼저 법인세와 주주의 배당소득으로 이중 과세하는 배당금 문제가 있다. 한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중산층의 과세율은 40~50%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이러한 과세 구간에 속한 사람이라면 현재 주식에 투자해야 할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세금의 영향

이러한 이유로 인해 투자 자금은 지방채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지방채 수익률이 회사채 금리와 비교해 역사상 저점에 있는데도 말이다. 앞서 언급한 이코노미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지방채에 투자하고 있다(지방채 이자소득은 연방정부 소득세에서 면세 처리되며 채권을 발행한 주에서는 주세도 면제된다)." 과세당국에게서 투자수익을 숨기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경질 자산에 투자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도 확실히 존재한다.
세금의 영향은 프랑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는 최근 1978년 1월 1일 자로 발효 예정인, 프랑스 주식을 신규 매수한 투자자의 총소득에서 최소 1,190달러를 공제해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부아노-라보레-올리비에의 파트너인 마크 오부아노에 따르면 "이 법안의 통과로 인해 상당한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되었는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9개월간 파리 증시는 60% 가까이 급등했다.
토론토와 홍콩, 런던 같은 해외 주식 시장도 프랑스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주가 실적을 보였다. 한 가지 이유는 10년 전 같았으면 월스트리트로 흘러갔을 미국 투자 자금이 이들 시장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아르코(ARCO: Atlantic Richefield Co.)는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식 투자금의 3%를 덜어내서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소재 기업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거대 석유 회사의 CIO인 하워드 H. 오클만은 "이 해외 국가 경제는 미국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고, 미국과 다른 경기 사이클로 돌아간다."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도 한몫하는 것이 확실하다. 토론토 소재 로열 트러스트의 주식 매니저인 앤드류 J. 허칭스의 말을 들어보자. "일본인들은 자국 내 가장 강력하고 경쟁력이 뛰어난 회사가 계속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 반면 미국인들은 자국 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거대 기업을 공격한다."
 

인플레이션의 일상화

 
환경보호국과 직업안전위생국 같은 정부 기관이 이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제멋대로식 규제는 미국 기업에게 예상치 못한 막대한 규모의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피츠버그 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인 거숀 N. 만델커의 지적처럼, "20년 전에는 기업의 미래 이익률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만델커 교수는 현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사람들은 빌런의 존재를 좋아한다. 카터 행정부는 현 미국 경제의 문제점이 마치 석유 회사 탓인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원유 가격 인상이 아니라 정부가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인플레이션의 일상화는 심리와 의사소통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미국 주식 시장의 죽음을 초래했다. 시어슨 롭 로즈의 홍콩 오피스에 근무하는 매뉴엘 알바레즈 드 토레도는 "우리 모두는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 비해 단기적인 시간 지평으로 사고한다"라고 말한다.
오늘날 노후 및 은퇴 후 자금 마련의 초석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낡아빠진 방식은 그야말로 자취를 감췄다. 한 젊은 미국 기업 CEO의 말을 들어보자. "최근에 미국 기업 주주 총회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가?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모두 구시대 노인들뿐이다. 주식 시장은 시대 조류에 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더 이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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