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보유의 힘 #4
<Invest like the Best> 중 <The Power of Long Holding Periods>
진행: 패트릭 오쇼너시, 게스트: 윌리엄 손다이크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복합기업과 연쇄 인수자의 힘
패트릭: 그런 탈중앙화된 조직 형태에 관해서는 몇 번 말씀하신 적이 있죠. 이를 들으면 사람들은 버크셔 해서웨이나 신뢰감과 책임감, 주인의식으로 가득 찬 조직(예를 들어 IAC)을 떠올릴 듯합니다. 경영 관리 부서 인원이 적고, 대신 많은 책임이 사업부에 주어진 슬림(slim)한 현대 조직의 사례는 많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방식이 성과를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문화가 어떻게 모든 개별 사업부에 다 스며들 수 있을까요? 완전히 탈중앙화된 조직에서 그런 독특한 전사적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적이기도 한데요. 이에 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윌리엄: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탈중앙화가 보편적인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탈중앙화가 아닌 문화와 조직 구조로도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다나허는 그리 탈중앙화되지 않은 문화에서도 연쇄 인수자로서 광범위한 성공을 거둔 사례입니다. 탈중앙화의 요소도 갖추었지만, 동시에 중앙화된 조직의 요소도 갖추었죠. 그래서 탈중앙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업이 속한 산업이 중요합니다. 한 기업의 전체 인원 대비 경영 관리 부서 인원의 비율을 비교기업과 견주어보면 그 탈중앙화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요. 《현금의 재발견》에 나온 아웃사이더 기업이나 트랜스다임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들의 경영 관리 부서 인원은 전체 인원 대비 10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기업가정신의 풍조를 유지하려면 핵심적인 우선순위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탈중앙화 문화의 목표라고 할 수 있죠. 다른 목표는 비용을 낮추려는 것입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아끼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스털레이션 소프트웨어(Constellation Software)도 이 모델에 아주 잘 들어맞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마크 레너드(Mark Leonard)가 회사를 창업한 후 500개 이상의(현재는 600여 개쯤) 사업부 구조로 운영되어 왔죠. CEO로서 회사를 경영해 보면, 무엇을 중앙화하고 무엇을 사업부에 독립적으로 맡길지 계속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여기서 곤란한 지점은, 중앙화 결정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단기적으로 경제적인 성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측정 가능한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은, 논리적으로 보면 중앙화 결정으로 인해 결국 경직적인 관료제 구조와 문화를 갖게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CEO들과 항상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분이 피하고자 하는 엉망진창인 상태는 무엇인가요?', '경영 관리 부서와 사업부가 각자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요.
패트릭: 말씀하신 '피하고자 하는 엉망진창인 상태'의 예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훌륭한 기업이 그렇게 적극적인 회피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 어찌 보면 반직관적이기도 하네요.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해 주시죠.
윌리엄: 그 질문은 사실 무엇을 의무화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가령 '세일즈포스 스타일의 전사적 프로그램 같은 것을 의무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죠. 여기서 핵심은, 이를 의무화할지 아니면 제안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성공적인 탈중앙화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는 사업부 담당자들을 주기적으로 모아놓고 성과를 비교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사회적 압력을 자연스럽게 진작하고 얼마간의 경쟁의식도 고취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나눈다는 것이 더 중요하죠. 다시 말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료 보험을 모두에게 같은 상품으로 강제할지, 아니면 각자 고르도록 할지의 문제입니다. (중앙화 결정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얻더라도,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단기 효율성이 초래하는 반직관적인 비용에 관해서 말이죠.
패트릭: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 기업에 적용해 보셨을 때 얻은 교훈이 있을까요? 일부 훌륭한 소프트웨어 기업, 특히 수직 통합된 시장에 집중하는 곳들은 당신이 말하는 특성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업 과정에서 핵심 부분을 이루고, 고객 이탈률이 낮으며, 자산 집약도가 상당히 낮은 등의 특성 말이죠.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프트웨어가 좋은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시장 가격이 그 훌륭함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아직 다루지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관해 특별한 의견이나 주안점이 있으신지, 떠오르는 사업 스타일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윌리엄: 소프트웨어는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델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는 서치 펀드와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유행한 산업이었죠.
패트릭: 재밌는 사실이네요.
윌리엄: 그 이유는 이상적인 모델에 아주 잘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목표할 만한 기업 수가 많습니다. 탈중앙화에 관해 극단적인 접근법을 택한 최근의 사례를 거론하자면, 아까 언급하기도 했던 마크 레너드의 컨스털레이션 소프트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레너드는 아주 소규모의 틈새시장에서 극도로 수직 통합된 소프트웨어 기업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 기업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별도 회계 처리하고 있죠.
패트릭: 그렇다면 컨스털레이션과 같이 오랫동안 연쇄적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일에서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유기적 성장에 집중하는 기업과는 전혀 다른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알기로 당신은 컴파운딩 랩스를 통해 그런 연쇄 인수자에 이미 투자하셨는데요. 그 연쇄 인수자를 경영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조언하고 계시죠. 그런 스타일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고의 연쇄 인수자는 무엇에 집중합니까?
윌리엄: 앞서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수십 년 동안의 시간 지평을 가진 기업이라면 초기에 수많은 인수 건을 성사시키지 못한다고 해도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의 CEO는 자기 커리어의 초반부에 있는 아주 재능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지난 3년간 우리는 일반적인 프라이빗 에쿼티 회사가 연쇄 인수에 관한 목표를 설정할 때와 비교해 꽤 천천히 움직여왔습니다. 그래서 완급 조절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10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게임 선택으로 돌아가서 산업을 분석할 때 우리는 '10의 법칙'을 적용합니다. 이는 고객 이탈률과 총 이탈의 합에 EV/EBITDA 멀티플을 합친 값인데요. 마치 골프에서 핸디캡과 같은 성격을 지녀서, 숫자가 작을수록 좋습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합쳐서 10보다 작은 수을 가진 기업을 원합니다. 그것이 바로 컴파운딩 랩스에서 우리가 키우는 기업에 관해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10보다 작은 값이 의미하는 바는 연쇄 인수자의 경우 유기적 성장보다 매출의 예측 가능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탈률이 낮다면 높은 유기적 성장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다 성장하는 중이고 우리도 어느 정도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그 성장률은 일반적인 서치 펀드가 투자하려는 기업보다는 현저히 낮습니다.
패트릭: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마도 기업 인수를 위해 부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초반에 인수 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빌린 돈을 활용해 퀄리티가 높은 EBITDA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이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죠. 거기에 장기 보유가 합쳐진다면 깜짝 놀랄 만한 우위를 확보합니다. 부채로 자본 조달하는 것에 관해서 더 말씀해 주시죠. 덧붙여 새로운 금리 환경 하에서 그 전략이 어떠할지도 궁금합니다. 지난 20~30년간 부채 조달 비용이 워낙 저렴했기에 훌륭한 성과를 낳았지만, 현재 그 상황이 변하는 듯하니까요.
윌리엄: 우리는 부채를 사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구합니다. 나아가 부채를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창의적이고자 해서, 새로운 솔루션에 항상 열려 있습니다. 보통은 선순위 채권자와 교섭하지만,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부동산이나 기업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대출)을 이용하는 거래도 일부 있죠. 메자닌(mezzanine) 금융을 이용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채를 적극 활용하면서 우리 기업들에 적합한 자본 구조가 무엇일지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얼마만큼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 한도가 EBITDA의 몇 배수인지, EBITDA의 정의는 무엇인지 등입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들의 트레일링 12개월 EBITDA는 직전 분기 기준 연 환산 실적에 비해 예측도가 떨어지는 특성을 갖습니다(성장하는 기업이기에 직전 12개월 수치보다는 가장 최근의 수치로 미래를 가늠하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는 뜻). 그간 아주 수준 높은 채권자와 거래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적합한 레버리지 비율에 관한 우리 사고에는 수많은 세부사항이 숨어 있습니다.
나아가 재무비율 준수 조건(covenants)과 그 세부사항, 상환 조건을 검토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씁니다. 말하자면 이 세 주머니, 즉 부채액과 상환의 패턴, 재무비율 준수 수준에 따른 올바른 부채를 활용하기 위해 좀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할 의향도 있습니다. 우리는 금리 최소화가 곧 자본 구조의 최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금리가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기업의 자본 구조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물론 2년 정도 후에는 아주 다른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요.
패트릭: 《현금의 재발견》이나 트랜스다임 등에서 배운 교훈과 훌륭한 자본 배분가가 일하는 방식을 보면, 그들의 유연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항상 싱글턴을 생각합니다. 《현금의 재발견》의 첫 챕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지배적인 시장 상황, 즉 텔레다인의 주가나 부채, 자본 등 그 어떤 가격이 변화한다면 헨리 싱글턴은 자기 전략을 완전히 바꿀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런 면에서 오늘날 미래를 바라보며 일하는 젊은 CEO에게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요? 윌리엄 당신이 자본 배분가의 마인드를 지닌 25~35살 정도의 CEO라고 해보죠. 당신이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연구한 과거와 비교해 미래는 얼마나 달라질 것 같나요?
윌리엄: 아주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서치 펀드나 컴파운딩 랩스가 투자한 기업들의 패턴에서 보건대, 기업 수명의 초기 3~5년 동안에는 자본 배분이 꽤 간단합니다. 사업을 통해 창출한 초과 현금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유기적 성장에 사용하거나(서치 펀드의 경우) 비유기적 성장에 자본을 댈 준비를 시작합니다(연쇄 인수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 기업이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자본 조달의 '메뉴', 즉 여러 선택지는 범위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7~10년 차쯤 되면 우리 기업의 사례에서처럼 자사주 매입 같은 광범위한 선택지를 갖게 됩니다. 비상장 기업도 상장 기업이 가진 선택지의 일부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실행이 훨씬 어렵긴 하죠.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본 조달의 선택지가 더 많아집니다. 자본 조달 비용이 더 낮아지고 사업의 '플라이휠' 효과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컴파운딩 랩스가 투자한 기업 대다수는 거대한 TAM(Total addressable market, 제품이나 서비스가 획득 가능한 전체 시장의 크기)의 활주로에 서 있습니다. 이 기업들에서 초기부터 자리 잡은 기업 인수라는 수단은 향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주요 자본 배분 수단으로 남아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패트릭: 매출 퀄리티와 그 반복 매출이라는 속성으로 돌아가 보죠. 아까는 '반복'이라는 단어를 그냥 지나쳤는데, 좀 더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반복의 유형 중에는 문자 그대로 '구독(subscription)'하는 것이 있을 텐데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하고 싶다면 매년 반복해서 구독료를 지불하는 것인데, 아주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의 모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외에 경험하신 다른 반복 유형이 있나요? 반복과 반복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윌리엄 당신의 머릿속에서 그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군요.
윌리엄: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반복 매출은 장기 계약을 통한 계약 매출입니다. 그 계약 조건의 끝에 오랫동안 계약을 갱신해 온 역사까지 있다면 더 좋겠죠. 그것이 바로 황금률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아주 강력한 반복 매출이지만 본질적으로 계약 매출의 성격을 띠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우리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의 기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죠. 코호트(cohort) 분석(특정 기간 특정 경험을 공유한 집단 간 행동 패턴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결국 사용자 유지율과 이탈률을 분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을 열심히 해야 하고, 오랜 시간에 걸친 재구매의 패턴을 분석해야 합니다. 계약 매출의 반대편에는 재구매(repeat) 사업의 고정적 패턴을 보이는 유형이 있습니다. 이 유형의 점수를 매겨 보자면 B+ 정도 될 것 같네요. 컴파운딩 랩스의 기준에서는 합격이지만, 실제로 투자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리는 플랫폼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좀 더 먹고 나니 퀄리티가 높다고 하더라도 재구매 매출이라면 그에 대한 관심이 줄었습니다.
트랜스다임이 가장 좋은 예시입니다. 아까도 물어보셨지만, 트랜스다임 사례에서 배운 것이 꽤 많죠? 오랜 기간 관찰해 보니 트랜스다임이 자기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을 인수했던 6~7번의 사례가 있었는데요. 인수한 각 기업의 75~80% 정도는 순수한 형태의 계약 매출이 일어나는 사업이었고, 나머지 20% 정도는 꽤 괜찮은 항공부품 사업이었습니다. 그 모든 사례에서 트랜스다임은 즉각 후자의 사업을 처분했습니다. 시장에서 더 높은 멀티플을 받는 데 유리하고 단기 EV와 자본가치 증대에 도움 될 수도 있었는데, 트랜스다임은 다 처분했습니다. 말하자면 트랜스다임은 순수주의자(purist)였습니다.
패트릭: 정말 흥미롭군요.
윌리엄: 제가 나이가 더 들면서 순수성에 더 집중하게 된 듯합니다. 말하자면 '반복 매출 모델의 엘리트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왜 그보다 못한 유형에 만족하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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