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이자 워런 버핏의 친구로 알려진 월터 슐로스Walter Schloss가 1985년 〈배런스〉와 인터뷰했던 글을 번역했습니다. 제목은 "The Right Stuff: Who is Walter Schloss and why is he such a great investor"입니다.
월터 슐로스는 진짜다 #1
그가 위대한 투자자인 이유
〈배런스〉
1985년 2월 25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월터 J. 슐로스는 가식이나 조직 정치, 미친 듯이 빈번한 트레이딩, 시세 표시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효율적 시장 가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벤저민 그레이엄과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월터는 1956년 이래 파트너들을 위해 놀라울 정도로 꾸준한 실적을 달성해 왔다.
아들 에드윈까지 단 두 명이 일하는 월터 J. 슐로스 어소시에이츠에서 월터는 어떻게 매년 꾸준한 실적을 올렸을까? 전적으로 그레이엄이 확립한 가치 기반 투자 원칙에 몰두한 덕분이다. 물론 현 시장 상황에 맞추어 얼마간 조정하기는 했지만, 달리 화려한 것도 없다. 채권과 옵션, 이색적인 합성증권에 투자하지 않는다. 동료 제자인 워런 버핏이 최근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매거진에서 친구의 이름을 언급하기 전까지 월터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월터의 놀라운 수익률 기록에 매료되어 지난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가 지금 투자하는 대상과 방법을 다루었다. 계속해서 자기를 낮추었지만 정말 매력적인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캐스린 M. 웰링
배런스 먼저 월터 당신이 투자업에 들어오게 되었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인터뷰를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
월터 슐로스(이하 월터) 네, 좋습니다. 사실 제가 투자업에 뛰어든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지 몰라도 혼자서는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배런스 한번 들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월터 제가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것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934년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을 겪었고 제 가족은 돈이 필요했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월스트리트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를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분께 쓴소리를 들었다더군요. "1940년쯤이면 월스트리트가 존재하지도 않을 텐데, 아들을 그런 곳에 보내다니!" 당시 사람들은 월스트리트를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배런스 처음에 어디에서 일하셨나요?
월터 러브 로즈Loeb, Rhoades에서 사무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때는 칼 M. 러브 앤드 컴퍼니Carl M. Loeb & Co.로 불렸죠. 퇴근 후에는 뉴욕증권거래소 연구소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강사였죠. 그의 관점에 첫사랑처럼 빠져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 머리 좀 쓴다는 사람들은 모두 그 수업을 들었죠. 벤저민은 오래전 사례가 아니라 당시 진행 중이던 상황을 두고 강의했습니다. 볼드윈 로코모티브Baldwin Locomotive(철도 기관차 제조사)를 다루기도 했는데요. 당시 파산 상태였어요. 그래서 벤저민은 회사채가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던 이유를 설명한 후 신규 발행 증권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방법도 알려줬습니다. 사실상 그때 파산증권과 신규 발행 증권의 아비트라지arbitrage가 시작되었습니다. 벤저민이 알려준 것을 활용해 모두가 큰돈을 벌었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는 사실상 철학자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가진 돈이 없어서 남들처럼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벤저민의 철학에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배런스 사실상 배움의 즐거움만으로 수업을 들으셨네요.
월터 맞습니다. 벤저민은 주식시장에 관한 책을 집필하던 중이었습니다. 저도 한 챕터 정도는 도왔는데요. 그때 전쟁이 터져서(제2차 세계대전) 입대했습니다. 복무 중 저에게 보낸 편지에서 벤저민은 자기 회사로 오라고 제안했습니다. 주식 분석을 담당하던 사람이 자기 아버지와 함께 일하려고 퇴사한다면서요. 그래서 1946년 1월 2일 그레이엄 뉴먼에 합류했습니다.
배런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시네요?
월터 저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으니까요. 당시 투자업계에서는 최고 경영진이 아니라면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벤저민의 《현명한 투자자》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이번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시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투자서는 일반적인 투자자를 향해 투자에서 온갖 다양한 것에 손대라고 권합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특히 보통주 투자에 초점을 두기에 정말 유익합니다. 올바른 투자 철학이 없다면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투자할 만한 자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벤저민의 접근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런스 책 홍보하러 나온 분 같습니다(웃음).
월터 하퍼 앤드 로우Harper & Row에서 나온 책이고 여전히 판매 중입니다. 마지막 개정판이 1974년에 나왔고 벤저민은 1976년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보통주에 관한 통찰은 초판이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합니다.
배런스 그렇게 벤저민과 일하게 되셨군요.
월터 벤저민에 관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의 철학이 저평가 주식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벤저민을 두고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는 컴퓨터를 포함해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에 몰두해 별 볼 일 없는 투자를 합니다. 잊어버리는 것이죠. 저평가 주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절대 사지 않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생각인데, 효율적 시장이 금방 (저평가를) 해소하겠지." 저는 벤저민의 생각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느꼈습니다.
배런스 그레이엄 뉴면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월터 얼마 지나지 않아 워런 버핏도 그레이엄 뉴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벤저민은 상당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제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대공황으로 큰 손실을 본 그로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겠죠. 워런과 저는 주가가 순운전자본보다 낮은(대략 순운전자본의 3분의 2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 주식에 투자한 후 주가가 상승해 주당 순운전자본과 비슷한 수준이 되면 매도해서 50%가량 수익을 올리는 벤저민의 방법을 따랐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레이엄 뉴먼은 연 20% 수익을 냈습니다.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이 존재한다면야 계속해서 훌륭한 방법이었을 텐데요. 하지만 1950년대 들어 그러한 종목이 사라졌습니다. 다이아몬드 T 모터 카Diamond T Motor Car(1905년 설립된 상업 및 군용 트럭 제조사)와 이지 워싱 머신Easy Washing Machine(1877년 설립된 세탁기 및 다리미 제조사)처럼 대폭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던 주식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죠.
배런스 다시 말해 저평가 기업은 인수나 합병, 청산되어서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이익을 실현했다는 뜻이죠?
월터 대부분은요. 처분한 종목은 최고 등급이 아니라 하위 등급 기업이었습니다. 섹시하지도 않고 성장하지도 않았기에 대중이 외면했던 종목이 대부분이었고요. 문제가 하나씩은 있었죠. 덕분에 저렴하게 매수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몹시 저렴하게 매수한 종목 중에는 결국 실패한 기업도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대다수 투자자가 하락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배런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월터 상승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식을 원한다는 점도 분명하죠. 제 투자법은 기본적으로 역발상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회사 이름이 좋다거나 친구나 추천했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수하는 일이 가능한 한 없어야 합니다. 투자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요.
배런스 관련된 일화가 있을까요?
월터 저는 벤저민이 처음 가이코GEICO 주식을 매수했던 날 사무실에 함께 있었습니다. 현재 워런 버핏은 가이코 지분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죠.
배런스 벤저민의 유명한 쿠데타(대량 지분을 취득해 결국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가 그렇게 시작했군요.
월터 그렇습니다. 변호사가 전화해 벤저민이 가이코의 지분 절반을 매수했다고 알렸을 때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 벤저민은 대가로 75만 달러가량을 지불했습니다. 그가 제게 말했죠. "월터, 이번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우리는 포지션을 청산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걸세." 가이코의 성장 잠재력은 그의 안중에 없었습니다. 보험사 하나를 저렴하게 샀을 뿐이었죠.
배런스 반대로 투자금을 잃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을 고려하지는 않았나요?
월터 물론이죠. 벤저민은 하방 위험의 보호장치라는 개념을 좋아했어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은 그것이 전부입니다. 돈을 잃지 않는 것이죠.
배런스 모든 투자자가 그렇지 않습니까?
월터 투자업에서 재미있는 점은 손실을 작게 유지하면서 몇몇 돌파구만 확보하면 복리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배런스 주가가 저렴한 상태에서 더 저렴해지지 않는 종목을 판별하는 비결도 있을까요?
월터 저는 타이밍에 재능이 없습니다. 멀리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네요. 덕분에 제 삶이 더 단순해져서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시장이 어떨지를 물으면 이렇게 답하죠. "저도 모릅니다. 제 예측 능력은 당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배런스 타이밍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인가요?
월터 타이밍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시점을 재려고 하죠. 모두가 참여하는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치주를 매수한 시점이 몹시 이를 때도 있습니다(저도 자주 겪습니다). 주가가 더 하락하면 더 매수하면 됩니다. 자기 투자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배런스 주가가 하락할 때 더 매수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텐데요.
월터 투자에서는 인내심을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중개인은 5년간 계속해서 보유해야 하는 종목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배런스 언제 매도하십니까?
월터 투자자는 대개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오, 주가가 50%나 상승했구먼. 이제 이익을 확정 지어야겠다." 저는 주식을 매수하는 시점에 언제 매도할지를 생각해 둡니다. 하지만 5년간 투자하다 보면(제 평균 보유 기간은 4년 정도입니다) 사업이 잘 성장해서 처음 설정했던 비교 기준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배런스 예를 들면요?
월터 아주 오래전에 웨스턴 퍼시픽 인더스트리즈Western Pacific Industries라는 기업 주식에 투자했는데요. 14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철도회사를 자회사로 두었는데, 당시 문제가 아주 많았습니다. 딱히 해결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6달러일 때 대량 매수했죠. 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1974년 비더 루트Veeder-Root라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냈습니다. 웨스턴 퍼시픽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했고 1979년 현금 배당으로 주당 23달러를 지급했죠(자본 환급return of capital). 며칠 전 주가는 112.5달러였습니다. 이제 배당을 지급하지 않지만 정말 놀라운 이익을 계속해서 올려 왔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흐름에 올라탔을 뿐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경영진입니다. 이미 큰 투자수익을 올렸기에 딱히 매도할 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배런스 내재가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월터 음, 며칠 전 주가보다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보유하죠. 하지만 웨스턴 퍼시픽은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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