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1979년 《포브스》 기고문

워런 버핏 1979년 《포브스》 기고문

Thinker
워런 버핏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버크셔 해서웨이
Date
2024년 01월 14일
버핏의 아주 유명한 글인데, 처음 읽어봤습니다. 읽을 것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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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남들과 의견을 같이하면 비싼 가격을 치른다

You Pay A Very High Price In The Stock Market For A Cheery Consensus
 
워런 버핏, 《포브스》
1979년 8월 6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연기금 매니저는 시선을 백미러에 고정한 채 투자 결정을 한다. 내일이 없는 전장의 장군 같은 접근법은 과거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주식은 채권보다 아주 높은 장기 수익을 내야만 합리화할 수 있는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빵을 얻어먹은 사람은 그를 위해 노래 부른다"라는 독일 속담처럼 기업 스폰서plan sponsor를 만족시킬 의무가 있는 연기금 매니저는 역사상 가장 높은 비중으로 자금을 채권에 쏟아붓는 중이다.
도구를 스포이트로 교체한 것처럼 주식 주문은 줄었다. 파킨슨의 법칙에 따르면 주식을 향한 전문 투자자의 열광은 최근 투자에서 경험한 기쁨과 비례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전형적인 행동 방식으로 여겨졌는데, 전문 투자자 역시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여기 증거도 있다.
1972년 다우지수의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연초 장부가치(607포인트)의 11%인 67.11달러였고, 연말 지수는 1,020포인트였다. 연기금 매니저는 미처 주식을 많이 매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1972년 순운용자금의 105%를 주식 매수에 할당했는데(채권은 순매도), 직전 연도 고점인 122%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2년 동안 쏠림으로 인해 연기금 운용자산의 주식 비중이 61%에서 74%로 상승했다.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었고, '우연히' 다우지수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니저들은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할수록 주식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1973~1974년 시장이 급락했다. 1974년 다우지수의 평균 EPS는 연초 장부가치(690포인트)의 14%인 99.04달러였는데, 연말 지수는 616포인트였다. 바겐세일이었나? 안타깝게도 주가 바겐세일은 매수세가 아니라 패닉을 유발했다. 같은 해 투자가능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25년 최저치인 21%에 불과했다. 사적 비보험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순운용자산의 54%로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400포인트 높았던 때 적정 비중으로 여겨졌던 것보다 20%P나 낮았다.
1976년 주가가 상승하면서 연기금 매니저의 용기도 비례해 커졌다. 같은 해 투자가능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56%에 달했다. 연말 다우지수는 1,000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장부가치보다 25% 높았다.
1978년 밸류에이션은 훨씬 합리적인 수준을 회복했다. 다우지수는 연중 대개 장부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하지만 투자가능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최저치를 경신하며 9%를 기록했다. 1979년 1분기 역시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연기금 매니저들은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하며 (이자율이 9~10%에 달했던) 채권 투자로 돌아섰다. 장부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던 미국 주식에서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들도 미국 주식이 장기적으로 장부가치 대비 연 13% 투자수익률(최근 몇 년간 평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그들의 플랜 스폰서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주식을 보면 조현병이 도지는 매니저가 아주 많다. 자기가 보유한 주식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동시에 자산군으로서 보통주 편입을 제한하는 투자 방침 변경안에 승인 도장을 찍는다. 이들의 수장은 '인수' 옷을 입으면 별 볼 일 없는 미국 기업에 장부가치의 150~200%에 달하는 매수가를 제출한다. 하지만 '연기금' 옷을 입으면 똑같은 기업이 장부가치에 거래될 때도 투자하지 않는다. 자기가 소유하고 경영한다면 1달러 가치에 2달러나 지불해도 합리적이지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이 경영한다면 1달러 가치에 1달러만 지불해도 연기금의 적격 투자 대상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그렇게 자기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수수께끼 같은 행동의 주요 원인은 비교적 단순한 파블로프적 반응에 있다. 지난 10년간 기업 스폰서와 그들이 채용한 매니저는 모두 주식에 투자해서 곤경을 겪었다. 두 집단 모두 '사고'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은 없다. 그런데 곤경의 원인은 기업의 사업 실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주가 실적이 사업 실적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리는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는다. 주가 실적이 사업 실적을 앞서서 연기금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쓸어 담게 했던 상황도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는다.
미국 주요 기업이 발행한 1999년 만기 9.5% 회사채에 20년간 투자하면 다우지수 기업과 유사한 주식군에 장부가치로 투자했을 때보다 나은 실적을 올릴까? 앞서 살펴봤듯 주식의 장기 투자수익은 연 13%였다. 이를 회사채가 앞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주식 투자의 성과가 뒤처지는 때는 자기자본이익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거나 20년 기간이 종료할 때 주가이익배수(PER)가 터무니없이 낮을 때뿐이다. 20년간 PER이 확장하고 평균 자기자본이익률 13%를 유지한다면, 현재 장부가치에 매수한 투자는 연평균 수익률 13%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것이다. 9.5% 이자밖에 지급하지 않는 회사채가 더 나은 투자일 가능성은 없다.
다우지수의 장부가치가 회사채의 액면가 또는 원금과 같다고 생각해보자. 장부가치 대비 기대투자수익률 연 13%는 회사채의 변동 이자에 상응한다. 미국 저축 채권의 이자수익처럼 원금에 더해진다. 현재 '다우지수 회사채'는 대폭 할인된 가격인 840포인트에 살 수 있다. '원금', 즉 다우지수의 장부가치는 940포인트 정도다(최근 지수 구성 기업을 변경하기 전 수치에 바탕을 두고 계산했다. 변경을 반영했다면 기대수익률이 소폭 증가하고 장부가치는 다소 감소한다).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다우지수 회사채'는 평균 이자 13%를 지급한다. 경기에 따라 이자는 소폭 변동하지만, 기존의 20년 만기 9.5% 회사채를 액면가에 사는 것보다는 훨씬 훌륭한 장기 투자로 보인다.
물론 기업의 미래 평균 이익이 장부가치 대비 13% 수준을 기록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일부 연기금 매니저는 보고 자기자본이익률이 향후 10년간 급락하리라고 예상해서 주식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견해에 바탕을 두고 결정했을 리는 없다.
현재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관한 매니저들의 주요 반론은 두 가지다. 먼저 현재 이익이 과대평가되었고, 대체원가를 반영한 실질 이익은 보고 이익보다 훨씬 낮다고 말한다. 연 13% 실질 이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도 함께 내놓는다.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 은행, 금융, 서비스 산업은 그와 다른 증거를 제시한다.
이 산업에서는 대체원가 회계를 적용하더라도 기존 회계와 똑같은 결과를 얻는다. 또한 투자자는 이들에 속한 대형 기업으로 장부가치 대비 연 13% 이상 수익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를 장부가치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성할 수 있다. 게다가 기업 경영진이 대체원가 회계를 이유로 인수 결정에서 연 13% 수익을 낼 기회를 포기하는 일은 본 적이 없다.
두 번째 반론은 가까운 미래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더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라고도 한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준비금을 비축하라" 등의 격언도 곁들인다. 오래된 말에 의지하기 전에 먼저 불편한 사실 두 가지를 직시하자.
 
  •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때는 없다.
  • 주식시장에서 남들과 의견을 같이하면 비싼 가격을 치른다.
 
사실 불확실성은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자의 친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바로 연기금 매니저다. 기업 경영진은 프리미엄을 주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느라 많은 부채를 조달하는 때가 많지만, 대다수 연기금은 자금흐름과 관련한 문제를 겪지 않는다. 지금 20년이나 30년 만기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다. 그들은 장기적인 '동업' 관계에 돌입하는 투자자의 자세와 기대를 갖추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쉽고 관습에 부합하며 일시적인 유행을 좇는 방식으로 연기금 운용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 경영진은 값을 치러야 한다. 연기금 자산은 평균적으로 산업 총 순자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비중이 더 크다. 이를 잘못 운용하는 것은 기업의 최대 사업 부문을 형편없이 경영하는 것과 같다. 견실하게 운용해서 올린 높은 투자수익을 통해 기업 스폰서는 더 높은 이익을 올리고, 수금자는 연금의 안정성과 선지급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주식 비중을 낮춘 매니저는 미국 기업의 미래 실적을 몹시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주가가 더 낮을 때 기민하게 대처해서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을 믿는 것이 분명하다. 가까운 미래에 금융시장이 침체해서 주식에 투자할 더 나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때가 오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주식 투자에서 '더 좋은 시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는 다음 강세장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리고만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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