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물타기를 할 것인가

언제 물타기를 할 것인가

Thinker
존 헴프턴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브론테 캐피털
Date
2022년 04월 01일
다소 자극적인 제목입니다. 빌 애크먼이 '완전히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한, 전직 세무 공무원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브론테 캐피털(Bronte Capital)의 존 헴프턴(John Hempton)이 쓴 <When do you average down?>(2017년 1월 4일)을 번역한 글입니다. 다소 거친 논조에 일부 투자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겨 있지만, 핵심 메시지는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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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물타기를 할 것인가

 
존 헴프턴
(브론테 캐피털, 창립자 겸 CIO)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지난 글에서 왜 완전한 밸류에이션이 투자 과정에서 필수적이지 않은지를 다뤘다. 제대로 된 주식 보고서는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관해 15페이지, 경영진에 관해 1페이지 정도 분량을 다뤄야 하는데, 밸류에이션에 관해서는 한 문단이나 한 문장으로 족하다.
 
밸류에이션은 내가 투자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혹은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내가 믿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뽑은 여러 질문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작은 수정을 가한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브론테에서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리 잘 실행하지는 못했고 앞으로 더 잘해야 할 일에 관한 수정이다. 바로 물타기(averaging down)에 관한 질문이다.
 
 
워런 버핏은 '물타기'를 아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달러에 사면서 좋다고 느꼈다면 6달러에는 더 좋다. 주가가 떨어지면 그는 '그냥 더 사라'라고 말한다. 가치 투자의 세계에서 이 논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물타기는 많은 가치 투자자의 몰락을 불러온 파괴자다. 물타기는 가치 투자자가 스스로와 고객을 죽이는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주가가 40달러인 주식이 마음에 들어서 매수했는데 틀린 생각으로 판명 나서 주가가 25달러가 되었고, 동일 금액만큼 물타기를 했다고 해보자. 그 의사결정이 틀릴 확률은 동일하다. 주가가 12달러로 더 떨어져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이를 깨달았을 때면 투자금이 세 배로 늘어났고 7% 비중이었던 투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 18% 비중으로 늘어났을 것이다(40달러일 때 7%, 25달러일 때 7%, 12달러일 때 7%를 늘려서 기존 원금의 21%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원금도 14%만큼 늘었으므로 [1×21%]÷[1×(1+14%)]=약 18%가 된다).
 
보유 중인 종목 몇 개에서 이런 물타기를 하면 50% 손실을, 시장 상황이 안 좋다면 50%가 아니라 80%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빌 밀러(Bill Miller)의 사례를 보라. 빌 밀러는 15년간 매년 S&P 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라는 엄청난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에 다 날려버렸다.
 
밀러는 (틀린 명제로 판명 났지만)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가치 투자자라는 평판을 얻었던 사람이다. 사실 그는 주식 시장 역사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본 투자자이고, 시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반증이다.
 
잘못된 가치 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에 거침없이 반복적으로 물타기 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밀러의 대척점에 물타기를 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트레이더가 있다(옳은 이야기로 판명 났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유명한 튜더 인베스트먼트[Tudor Investment Corporation]의 회장)의 사진일 텐데, 벽에 "패자는 패자 주식을 물타기 한다(Losers average losers)"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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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워런 버핏과 그의 지지자 몇 명이 물타기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달성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나도 결국 엄청난 성공을 거둔 물타기를 몇 번 한 적 있다.
 
밀러류의 투자 철학이 내건 "가장 낮은 비용을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는 슬로건도 맞을 때가 간혹 있긴 하다. 폴 튜더 존스가 훌륭한 트레이더이긴 하지만, 워런 버핏과 비교할 만한 급은 아닌 게다.
 
내가 유럽에 있는 모든 중소형주 기업에 대해 백과사전과 같은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극히 일부만 존재하는 놀라운 기업이 아직 규모가 작고 가격이 저렴할 때 매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이 작업은 그 범위가 너무나 방대하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모든 것을 담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네 명의 애널리스트로 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 축소해 보면,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최우선 순위 작업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바로 올바른 물타기 결정을 내리는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다(물론 그 실행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큰 틀에서 보자면, 당신의 판단이 옳을 때 물타기 하는 것은 좋은 성과를 가져올 테고 틀린 판단을 했을 때 물타기 하는 것은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이에 관해 먼저 '판단이 옳았을 때는 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데,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다. 틀린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 잘못된 주식을 매수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틀린 판단을 했는지 여부(are you wrong)'에 대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질문은 분석적으로 도움 되는 게 없다.
 
대신 '어떤 상황에서 틀린 판단을 하는가(under what circumstances are you wrong)'와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how would you tell)'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부채비율이 높은(highly levered)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의 경우 (너무 많이)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워런 버핏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실천한 투자자다. 그는 주가가 폭락했을 때 아일랜드 은행 두 곳의 주식을 5억 달러가량 매수했다. 이 투자가 실패로 드러난 후에도 그는 물타기를 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주가가 90% 떨어졌을 때는 마음에 들어 했지만, 주가가 더 떨어져 하락 폭이 95%에 도달했다고 해서 더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다.
 
빌 밀러가 실패를 겪은 주식을 보면 이와 정반대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American International Group, 1919년 설립된 미국 주요 보험사였지만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고 2012년 매각됐다)과 와코비아(Wachovia, 2008년 웰스 파고에 인수되기 전 미국에서 상업은행 규모 4위까지 올랐던 회사),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 1889년 설립된 미국 저축은행 지주사였으나 2008년 금융 위기 때 파산했다), 프레디 맥(Freddie Mac, 패니 메이[Fannie Mae]와 함께 미국의 양대 모기지 기관이었으나 2008년 금융 위기 때 구제 금융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 미국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였으나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 시티그룹(Citigroup) 등이다. 이들 모두 부채비율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반대로 당신이 투자한 기업이 코카콜라라면 안심하고 물타기를 해도 된다. 실제로 버핏이 그렇게 했다. 코카콜라의 기업가치가 0에 수렴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해 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코카콜라가 계속 성장을 구가한다면 당신의 물타기 결정이 옳았다고 입증해 줄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물타기는 그 가격 근처나 아래에서 평균적인 가격을 확보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코카콜라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원액을 만드는 비밀 성분이 발암물질로 판명 나거나 해서 소송을 당하는 불확실한 미래의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를 미리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코카콜라는 파산 가능성이 존재하는 높은 부채비율의 비즈니스 모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반 토막 나는 일이 네 번 연속해서 일어날 확률이 0에 가깝다. 이런 기업에는 물타기를 해도 된다.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
 
모든 기업이 코카콜라만큼 안전하지는 않다. 사실 다른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코카콜라보다 위험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가령 부채가 없는 광업 회사의 주가도 대여섯 번 연속으로 반 토막이 날 수 있다. 부채가 없는 광산 회사가 톤당 40달러에 석탄을 채굴해서 톤당 60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면 정말 수익성이 높은 사업일 것이다. 하지만 판매가가 톤당 40달러를 하회한다면(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실이 발생한다. 환경 정화 및 복구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주가가 95% 하락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40%쯤 하락했을 때 물타기를 하고 반 토막이 났을 때 좀 더 물타기를 하는 식으로 계속하더라도 돈을 2/3쯤 잃을 것이다.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과 빌 밀러가 물타기를 했던 기업 간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여전히 재앙과 같은 결과를 맞을 테고, "패자는 패자 주식을 물타기 한다"라는 폴 튜더 존스의 격언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사례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진부화
 
가치 투자가가 돈을 잃는 또 다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기술적 진부화(technical obsolescence)다. 코닥(Kodak)의 기술은 뒤처졌지만 파산하기 직전까지 가치주로 불렸다. 당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는 상황(디지털 사진이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경우)을 1999년에도 꽤 분명히 예상할 수 있었다.
 
코닥에 투자하는 것이 '담배꽁초식 투자'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충분한 현금흐름을 가지고 미래에 대처하는 건 나중에 할 수 있다고 자위하며 말이다. 그 모든 과정에서 매수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상황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투자 기업에서 기술적 진부화라는 이슈가 대두된다면 당신 판단이 틀렸을 확률이 100%다. 진부화 이슈가 있는 경우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빌 밀러는 코닥에 물타기를 했다. 저런.
 
내가 우리 회사의 공식적인 주식 보고서를 조금이라도 향상할 수 있다면, 특정 주식에 물타기를 해도 되는 상황과 그 한도에 관한 사전(ex-ante) 기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브론테 캐피털에는 '디폴트(default)'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한 기업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최대 비중을 의미한다(보통은 9%이지만 리스크 분석에 따라 낮게는 3% 상한선을 설정하기도 한다). 펀드 매니저로서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주식을 살 수 있지만 '디폴트'를 넘을 수는 없다. 9% 제한을 가진 6% 비중 주식이 반 토막이 난다면 나는 3% 포인트만 더 매수할 수 있다(6% 비중에서 3% 포인트 비중을 더 하면 9% 비중이고 원금은 3% 포인트 더 늘어났으므로 (6+3)/(100+3)=8.74%가 된다). 하지만 그게 다다. 리스크 매니저인 사이먼(Simon Maher, 브론테 캐피털의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은 반 토막이 난 주가가 30% 더 떨어졌을 때 추가 물타기를 하더라도 특별히 개의치 않지만, 나는 물타기를 두 번이나 할 생각이 없다. 처음에 우리가 9%만 리스크에 노출하기로 동의한 투자라면 그걸 지키는 것이 맞다.
 
나는 7% 비중이었던 투자를 18% 비중까지 늘려 손실을 보는 가치 투자의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디폴트'에 많은 수정을 해왔다. 그래서 6개월에서 9개월마다 비중을 더할 수 있는 % 포인트를 할당받는다. 이 결정은 전적으로 사이먼에게 달려있는데, 우리 판단이 틀렸는지 알기 위해서는 기다려보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1년이나 2년 정도 지나면 기업 이면에 있던 문제가 공론화된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좀 더 리스크를 감당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중을 늘려도 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관해 사전에 기술해두는 것은 우리 능력 범위 안에 있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세상의 관점이 당신과 반대인데 사실 당신이 옳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고 믿어서 항상 물타기를 하고 싶은 정신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제에 관한 명확한 사전 기술(철저한 기업 분석이 필요하다)은 그런 정신 상태가 낳는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물타기의 나쁜 사례
 
물타기에서 가장 나쁜 상황은 사기(fraud)까지 동반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갈 때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영진은 거짓말을 하거나 문제를 은폐하려는 강한 유인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놀랍게도 꽤 자주 일어난다. 밸리언트(Valeant, 1959년 설립된 캐나다의 제약 기업으로 2016년에 실적 부진과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와 선 에디슨(Sun Edison, 1959년 설립된 재생 에너지 기업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과 기업 인수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며 2016년 4월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정말 부끄럽지만 나도 선 에디슨 주가가 붕괴할 때 (규모는 작지만) 물타기를 했다. 휴. 선 에디슨은 부채비율이 아주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의상 "패자는 패자 주식을 물타기 한다"류의 속성을 띤다. 나는 그때 물타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꽤나 관대한 대접을 받는다. 빌 애크먼(Bill Ackman)이 마이클 피어슨(Michael Pearson, 2016년 밸리언트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쫓겨난 전 회장 겸 CEO)에게 전화를 걸어, 밸리언트에 사기라고 볼 만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봤던 것 자체가 틀려먹은 정신 상태다. 그러고 나서 애크먼은 정크 본드에 3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며 거한 물타기를 했다. 패자는 패자 주식을 물타기 한다.
 
우연하게도 우리 브론테의 (물타기를 하기 전에 필요한 시간인) 6개월 규칙은 애크먼이 거대한 추가 손실을 보는 사태를 막아줬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밸리언트에 관한 많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규칙은 선 에디슨에 덴 나 또한 구조해줬을 것이다.
 
 
지난번에 올린 블로그 글을 보고 온갖 주식 이름을 대며 밸류에이션에 관한 의견을 묻는 사람들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물타기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는 건 정말 현명한 일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면 주식 투자를 안 하는 편이 낫다. 주식을 넘어 모든 롱 사이드 투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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