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2023년 주주서한 #2

아마존 2023년 주주서한 #2

Thinker
앤디 재시
카테고리
주주서한
태그
아마존
제프 베조스
Date
2024년 05월 02일
아마존의 빠른 혁신의 원동력을 '프리미티브'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요. 온라인 쇼핑몰이던 아마존이 약 18년 전 완전히 상관없는 사업처럼 보였던 AWS를 시작했던 이유에 관한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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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2023년 주주서한 #2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지난 3년간 주주서한을 작성하며 회사 운영을 맡은 우리 구성원이 아마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나아가 미래 기회와 원동력에 관한 깊은 생각을 주주 여러분께 전달했습니다. 아마존은 다양한 시장 부문에 걸쳐 사업하지만, 우리 구성원은 고객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편리하게 한다는 공동의 사명으로 강하게 묶여 있습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브랜드, 개발사, 기업, 크리에이터 등 모든 고객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고객에 대한 집착을 넘어 창의적인 태도로 몇 년을 내다보며 생각하고, 그 여정에서 닥치는 대로 학습하고 빠르게 배송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처럼 회사를 운영합니다.
회사 안팎에서 '빌더builder'*의 역량을 강화할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들은 무언가를 발명하고 싶어 합니다. 고객 경험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판단한 후 재창조합니다. 고객 경험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만족하는 법이 없죠. 계속해서 수정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맨땅에서 출발하는 데 두려움이 없지만, 타인이 만든 우수하고 확장 가능하며 비용 효율적인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빌더에게는 고객 경험을 빠르게 향상할 올바른 도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 AWS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빌더'는 "몰입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더 나은 결과를 찾아가는" 사람이나 기업을 말한다.
우리가 알기로 빌더의 역량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리미티브 서비스primitive service'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빌더가 원하는 대로 조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별개의 기초 요소building block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2003년 AWS의 비전 문서에 작성했던 정의를 덧붙입니다.
"프리미티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토대를 이루는, 맞춤화하기 이전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입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고(기능상 두 개로 나눌 수 있다면 프리미티브 수준이 아닙니다) 단 한 가지 일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 자체로 솔루션이 될 수는 없고, 다른 요소와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AWS는 개발자의 유연성을 최대화하도록 프리미티브를 구축할 것입니다. 개발자의 실수를 방지할 목적으로 프리미티브에 여러 제약을 둘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유와 혁신을 북돋는 방향으로 구축하겠습니다."
프리미티브라는 개념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기술 분야와 특히 관련성이 높습니다. 지난 20년간 아마존이 빠르게 혁신했던 핵심 원동력이 바로 프리미티브입니다.
프리미티브 관점으로 사고할 때 장점의 하나는 속도입니다. 두 가지 대비되는 사례를 통해 이해해 보겠습니다. 첫째, 초창기에 아마존은 재고를 직접 보유하는 유통 사업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출판사와 제조사, 총판사로부터 모든 상품을 사입해서 자체 창고에 보관하고 직접 배송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트래픽이 많은 검색과 상품 상세 페이지에 제3자 판매자의 상품을 (우리 상품 옆에) 등록하면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판매가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결제와 검색, 주문 처리, 상품 추천, 재고 관리 등 핵심 서비스도 구축해 다양한 마켓플레이스 전략을 제3자 판매자가 없었을 때보다 더 수월하게 시도해봤고요. 이것이 프리미티브의 사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 기능이 몹시 뒤섞여서 경계가 불분명해 단점이 있다는 점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2000년대 초 타깃Target 등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했던 머천트닷컴merchant.com 서비스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배웠습니다. 처음 전략은 아마존의 이커머스 기능을 근간 삼아 타깃의 웹사이트를 원하는 대로 맞춤화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어플레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s('API')를 통해 별개의 기능으로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초기 몇 년간 아주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러 기능 간 의존성이 강화했으므로 별개의 기능으로 분리하기는 예상보다 어려웠습니다.
기능 간 결합 양상은 아마존이 'NPI'라는 구조에 바탕을 두고 사업하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여러 내부 팀의 작업이 필요한 신규 프로젝트는 모든 팀이 작업에 필요한 주당 인원수를 두고 협의하는 NPI 위원회에서 검토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목 현상이 일어났고, 그때까지 아마존이 이룩한 성과에 제약을 가하고 구성원을 지치게 했습니다. 결국 여러 이커머스 기능을 분해해서 진정한 프리미티브 서비스로 재구성했습니다. 병목에서 비롯하는 비용을 희생하지 않고도 빌더들이 내부 팀의 각 기능을 활용하도록 안정적인 API가 중심을 이루었습니다(문서로도 잘 정리해 두었고요).
타깃과 NPI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아마존은 새로운 인프라 기술 서비스를 구축해서 우리 사업의 속도를 향상할 뿐 아니라 외부 개발자가 자기 서비스를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게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AWS의 출발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험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프리미티브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시 대다수 기술 서비스는 아주 많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수행하는 것을 목표했습니다. 결국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요.
AWS의 프리미티브 서비스는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아주 유연하지만 집중된 중요 기능을 제공했죠. 2006년 3월 첫 번째 주요 프리미티브였던 '아마존 심플 스토리지 서비스Amazon Simple Storage Service(S3)'를 선보였습니다. 보안이 아주 강하고 견고하며 적용성이 높은 인터넷 기반의 개체 스토리지를 정말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요약하면, 말도 안 되게 훌륭한 개체 스토리지). S3를 써본 개발자들은 열광하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말 유용한 프리미티브 서비스인데, 왜 개체 스토리지만 가능한 거지?" 2006년 8월에 '아마존 일래스틱 컴퓨트 클라우드Amazon Elastic Compute Cloud(EC2)'를, 2007년에 '심플DB'를 출시하자 사람들도 깨달았습니다. 아마존이 일련의 프리미티브 인프라 서비스를 구축해서 개발자가 먼저 데이터센터 및 하드웨어 구축에 돈을 쓸 필요 없이 원하는 모든 것을 훨씬 빠른 속도로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초 요소를 만든다는 점을 말이죠. 시간이 흐르며 AWS의 기초 요소가 늘어났고(현재 빌더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240개가 넘는데,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AWS에 바탕을 두고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등장했습니다(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스트라이프 등). AWS를 무기로 산업을 재설계한 사례도 있고요(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훌루, 맥스, 폭스, 파라마운트가 속한 스트리밍 산업). 심지어 정부 주요 기관도 AWS를 사용합니다(CIA와 여타 미국 정보기관).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수혜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의 소비자 사업입니다. AWS의 빠른 속도를 활용해 유통과 광고, 기기(알렉사, 파이어TV), 프라임 비디오 및 뮤직, '아마존 고', 드론 등에서 놀라운 혁신을 이룩했습니다. 프리미티브는 잘 활용하면 빌더의 혁신 능력을 가속합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프리미티브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프리미티브 전략을 추구하기만 하면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축 방법은 아주 다양하고, 이들을 조합하는 방법은 더 많습니다. 올바른 방향은 고객이 실제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물류 프리미티브가 가장 좋은 사례일 듯합니다. 초창기에는 상품을 창고에 입고한 후 피킹picking과 패킹packing을 거쳐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배송하는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구축했습니다. 마켓플레이스에 제3자 판매자를 추가한 후 아마존의 자체 물류 역량을 활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초기에 물류 프리미티브를 구축한 덕분에 2006년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제3자 판매자도 상품 보관과 피킹, 패킹, 배송 업무에서 아마존의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죠. '프라임 배송' 덕분에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추가 이득도 누렸습니다. 판매자는 엄청난 시간과 돈을 아꼈고(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70%가량 저렴합니다), 지금도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입니다. 한편 자사 웹사이트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DTC') 방식을 택하는 판매자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계속 활용하면서 결제와 아이덴티티 프리미티브(결제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다른 서비스에 활용하는 기능)를 통해 자사 웹사이트에서 더 높은 결제 전환율을 달성하고 싶어 하는 판매자가 많았습니다. 몇 년 전 아마존은 '바이 위드 프라임Buy with Prime'을 선보이며 판매자들의 요청에 화답했습니다. 프라임 회원은 판매자 웹사이트에서 아마존에서 쇼핑하듯 빠르게 결제하고 배송받습니다. 판매자 웹사이트의 결제 전환율은 '바이 위드 프라임' 활용 전과 비교해 최대 25% 상승했습니다.
'스토어' 부문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공급망이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고객에게 가장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아주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수많은 역량을 갖춰야 했습니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상품을 들여와 세관 업무를 처리한 후 창고로 보내는 업무에 능숙해졌죠. 이상적인 재고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입고된 모든 상품을 보관할 만한 배송 풀필먼트 센터 공간이 부족해지자 오직 보관에만 초점을 둔 저비용 '업스트림upstream' 창고를 지었습니다(최종 소비자를 위한 정교한 피킹과 패킹, 배송 기능을 뺐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재고를 보유한 덕분에 배송 풀필먼트 센터의 재고가 언제 부족해질지 예측하고 자동으로 업스트림 창고에서 '보충'하는 알고리즘도 개발했죠. 최근 몇 년간 아마존의 규모와 제한적인 가용 선택지로 인해 자체적인 라스트 마일 배송 역량을 갖추어서(UPS와 규모가 비슷합니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저렴한 가격을 제공했습니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 판매자의 한층 복잡해진 이커머스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풀필먼트 프리미티브를 계속해서 구축해 왔습니다. 상품 수입을 원하는 판매자를 위해 우리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한 '글로벌 마일Global Mile'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외에서 우리 보관 창고에 재고를 입고하려는 판매자는 '아마존 프라이트Amazon Freight'를 이용하거나 '파트너 캐리어 프로그램Partner Carrier Program'에서 제공하는 제3자 운송 파트너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도 저비용으로 높은 재고율을 유지하고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마존의 업스트림 보관 및 물류 창고를 이용할 수 있고요(필요시 아마존 배송 풀필먼트 센터로 재고를 자동으로 보충합니다). 주문한 상품의 배송 과정을 관리하고 싶어 하는 최종 소비자도 있죠. 판매자는 '아마존 쉬핑Amazon Shipping' 서비스를 통해 우리의 라스트 마일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사 상품 재고 보관과 배송의 중심축을 아마존 풀필먼트 네트워크에 두려는 판매자를 위해 '멀티 채널 풀필먼트Multi-Channel Fulfillment'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판매자는 이 모든 프리미티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티브를 구축하면 자유도가 상당히 높아집니다. 프리미티브를 직접 구축해서 뛰어난 기능을 쌓아 올려 우리가 하는 다른 사업과 고객이 빠른 혁신의 이득을 함께 누릴 수도 있습니다. 외부 고객에 유료 서비스로 제공할 수도 있고요(아마존이 AWS와 물류 서비스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요). 아예 외부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사업으로 만들어도 됩니다. FBA와 '바이 위드 프라임', '서플라이 체인 바이 아마존Supply Chain by Amazon'(여러 물류 프리미티브를 결합해 최근 출시한 서비스)처럼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은 직접 만든 프리미티브와 상상력뿐입니다.
'스토어' 부문에서 새로 제공하는 당일 배송 풀필먼트 센터를 봅시다. 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큰 대도시 지역에 있고(현재 총 58개) 가장 많이 판매되는 10만 개 종류의 상품을 보관합니다(근처의 다른 풀필먼트 센터에서 수백만 개 종류의 상품도 바로 입고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피킹부터 발송 준비 완료까지 11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서비스 비용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고객의 반응도 아주 긍정적이어서 향후 당일 배송 센터를 두 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러한 기초 요소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역량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요? 아마존은 유기농 식료품(홀푸즈 마켓)과 비부패성 상품nonperishable(소모품, 통조림, 이·미용 및 건강 식품) 분야에서 계속 성장하는 대규모 식료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선식품perishable은 대형 오프라인 매장('아마존 프레시')을 통해 제공하려고 했고요. 그런데요. 우리 풀필먼트 센터를 활용해 고객이 우유와 계란 등 신선식품을 다른 아마존 주문에 추가해서 당일에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매주 식료품을 따로 떼어서 구매했던 기존의 경험을 바꿀 것이고, 신선식품도 다른 상품처럼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겠죠.
일부가 우려를 표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진전을 보였을 뿐 아니라 미래에 아주 중요한 프리미티브 역량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바로 배송 드론입니다('프라임 에어'). 언젠가 드론을 통해 고객이 주문한 지 1시간도 안 되어서 상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크기의 박스를 모든 지역에서 드론으로 배송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믿습니다. 1시간 내에 배송이 가능해진다면 신선식품 구매 경험이 얼마나 달라질지를 한번 상상해 보세요.
'아마존 파머시Amazon Pharmacy'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후통 경감용 사탕이나 애드빌Advil(항염증제), 항생제 같은 의약품이 갑자기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당일 배송 센터를 통해 몇 시간 내에 배송하고 있는데요. '프라임 에어'를 광범위한 부문에 적용한다면 배송 시간이 더 단축될 것입니다. 아주 유연한 기초 요소는 여러 사업에 적용할 수 있고, 새로운 조합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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