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다리 의자 #2

세 다리 의자 #2

Thinker
찰스 아크레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Invest like the Best
Date
2022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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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다리 의자 #2

 
<Invest like the Best> 중 <The Three Legged Stool>
진행: 패트릭 오쇼너시, 게스트: 찰스 아크레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두 번째 다리: 기업의 경영진

 
패트릭: '세 다리 의자'의 두 번째 다리,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사과를 먹고 있던 경영진(밴닥의 마티 카버에 관한 일화를 다룬 #1 참고) 이야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보유하게 된 기업의 경영진이 공통으로 가진 대표적 특징이 있나요?
 
찰스: 우리가 오랫동안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이 일하는 사무실에는 실시간 주가를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없습니다. 다른 기업은 건물 로비나 CEO의 책상에 모니터가 놓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런 모니터를 갖춘 건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기업의 간부 몇 명이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왜 우리 회사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모욕적인 언사에서 약간 회복하고 나서, (실제로 우리가 주식을 매도하던 중이었을 수도 있고 전량 매도했을 수도 있겠죠) 이렇게 답했습니다. "음,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걸 보니 매도가 옳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를 망치는 사람과 파트너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아주 흥미로운 예시죠. 우리가 특히 CEO에게 자주 하는 질문 한 가지는 "당신이 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성공하거나 실패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입니다. 당신도 예상하겠지만 일부 CEO는 "주가가 올랐잖아요"라거나 "실적 전망치를 충족했어요" 같은 답을 합니다. 혹은 "이사회가 요청한 모든 업무를 다 수행했습니다"라는 반응도 있었죠.
 
CEO가 주당 경제적 가치의 복리 성장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답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한발 뒤로 물러나 왜 그게 드문 일이냐고 반문하는 게 당연한데요. CEO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CEO는 기업을 경영하는 직무 훈련을 받습니다. 주당 내재가치 혹은 경제적 가치의 복리 성장에 관해 생각하라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오랫동안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패트릭: 자본 배분에 관한 이야기로 들리네요. 당신은 기업인 전기(business biography)의 광팬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가도 모두 헨리 싱글턴(Henry Singleton, 미국 종합 전자기업인 텔레다인[Teledyne]의 창업자로, <현금의 재발견(원제: The Outsiders)>에서 뛰어난 자본 배분 능력을 갖춘 기업가를 '싱글턴 마을 주민'이라고 칭할 만큼 훌륭한 자본 배분가로 평가받는다) 같은 유형입니다. 그는 자본 배분의 대가이자 아주 유연한 사고를 했던 인물이죠. 세 다리 의자의 두 번째 다리에서 CEO의 자본 배분 역량이 갖는 의미에 관해 말씀해 주시죠.
 
찰스: 우리는 오라일리 오토모티브(O'Reilly Automotive, 1957년 설립된 미국의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라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1에서 다룬 달러 트리와 마찬가지로) 역시 과점 산업인데, 오라일리와 오토 존(Auto Zone)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오라일리는 제 기억에 한 10년 전, 그러니까 2007년이나 2008년에 CSK 오토 파츠(CSK Auto Parts)라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CSK는 서부 해안 지역에서 매우 강세를 보였는데,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강한 오라일리가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곳이었죠. CSK가 중부 대서양 연안주와 북동부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수한 오라일리는 전국적인 점유율을 확 끌어올렸습니다. 이후에 모든 CSK 매장을 기존 오라일리 네트워크에 통합해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계획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오라일리는 전문 서비스 제공 부문(DIFM: Do it for me) 뿐만 아니라 DIY(Do it myself) 고객 부문에서도 50% 수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패트릭: 경쟁자 때문인가요?
 
찰스: 네, 오토 존을 비롯한 경쟁 기업이 DIY 고객에게 훨씬 더 많이 노출되는 브랜드였습니다. DIFM 고객, 즉 독립적인 차량 정비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서는 시간이 돈입니다. 리프트에 차가 입고되었는데 부품이 없다면 그 리프트를 사용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부품이 당장 구비되어 있는 게 좋습니다. 따라서 부품 입고 일정이 아주 중요한데, 결국 고밀도의 유통망이 필요한 것이죠. 아주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이런 방향을 추구하는 많이 있었습니다.
 
오라일리가 이 방향성을 채택했을 때 부채 수준이 아주 낮았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오라일리가 CSK 인수를 결정하며 예상했던 규모만큼 자금을 전부 차입할 수 없었기에 일부는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죠. 그 당시 우리는 CSK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건에 오라일리 주식으로 전환 받았습니다. 이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가 처음 매수했던 금액의 12~13배에 이르는 가치가 됐죠.
 
오라일리는 현금흐름이 좋았기 때문에 인수에 활용한 단기 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죠. 그리고 이제 더는 하트 스콧 로디노 반독점증진법(Hart-Scott-Rodino, 기업 인수 전에 사전 통지를 의무화한 미국의 반독점 경쟁법)에 위배되지 않는 주요 기업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자본 배분에 변화를 준 겁니다. 그전에는 하지 않았던 일, 다시 말해 차입금을 충분히 사용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발행주식수의 40%를 매입했고 적당한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에 경영진과 이사회는 아주 현명한 자본 배분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 아주 드문 일입니다. 주가가 고점에 있을 때 서둘러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많이 봐왔는데, 오라일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본 배분 관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사례이죠.
 
또 다른 함의를 가진 사례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International Speedway)라는 회사에 투자하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아주 긴 이야기지만, 제가 이에 관해 쓴 글을 읽어보셨을 수도 있을 거예요. 어쨌든 당시에 회사의 총 발행주식수는 250만 주 정도였습니다. 회사를 창업한 프랑스 가문과 빌 프랑스(Bill France, Jr.)가 경영진이었고요. 빌은 강하고 역동적인 리더였습니다. 1970~80년대에는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CFO를 영입하기도 했죠.
 
빌의 아내인 앤(Anne)은 회사 회계 장부나 기타 행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CFO와 관련된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리죠. CFO가 출근해서 직원들에게 소개하는 와중에 앤이나 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CFO에게 현금에 관해 말해줘야 할까요?" 그러나 새 CFO는 "현금이라고요? 무슨 현금요?"라고 반문했대요. "아, 금고에 있는 현금 말이에요." "금고에 들어있다니, 출처가 어디인데요?" "자동차 경주 대회 전에 팔았던 데이토나 입장료를 받은 것이죠. 경주가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 매출이 아니기에 금고에 보관해왔어요."
 
패트릭: 그게 바로 플로트(float, 수입과 지출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여유자금)죠.
 
찰스: 아주 재밌는 사실이죠. 당시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의 연차보고서에서 재무상태표 부분을 보면 부채가 없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석을 읽어 보면 자기자본이 총자산의 73%밖에 안 된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럼 나머지 17%는 뭘까요? 바로 이연 매출(deferred revenue), 금고에 있는 현금입니다. 이들은 아주 보수적인 사업을 하는 기업의 아주 보수적인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향후 행동을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행동에 관한 경험은 강력한 기억으로 계속 남게 됩니다(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 관한 다른 이야기는 노마드 투자조합의 2001년 연간 서한을 참고).
 
패트릭: 정말 좋은 일화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기업인 전기에 관한 다른 이야기가 또 있나요?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찰스: 네, 한 가지 말씀드리죠. 바론즈(Barron's) 잡지의 편집자였고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으며 이제 보스턴에서 투자 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토마스 펠프스(Thomas Phelps)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1972년에 <100 to 1 in the Market>이라는 책을 저술했죠. 지금까지도 저에게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투자의 복리 성장이라는 주제에 관해 아주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토마스가 복리 수익률에 관해 명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그의 주장에서 이를 분명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1935년에서 1971년 사이에 매수했다면 1972년에 100배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350개 기업 주식을 열거했습니다. 이 목록을 보면 투자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요소는 복리 수익률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오직 그 차이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수익률을 빨리 달성하고 싶다면 자본을 복리로 성장시키는 기업에 투자해야만 합니다.
 
(지난 #1에서) 마스터카드와 비자, 그 엄청난 수익률에 관해 이야기했었죠. 그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다른 재투자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회사는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주며 계속 성장했죠. 하지만 만약 모든 자본을 재투자해서 그 높은 수익률을 그대로 얻는 방법과 비교해서는 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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