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

Thinker
닉 슬립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노마드 투자자 서한
Date
2022년 12월 16일
웬일인지 닉 슬립이 본인이 은퇴 후 설립한 IGY 재단 웹사이트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원제는 〈Thinking about how to think: Short-term vs long-term〉인데요. 마땅히 도리를 다하는 느낌(?)으로 번역해 봤습니다.
 
notion image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생각: 단기주의와 장기주의

 
닉 슬립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특성*
단기주의
장기주의
투입·원인
· 대부분 대리인 · 윈-루즈 상충 관계 · 인내심이 없음 · 타인의 의견에 근거한 결정 · 의견(spin) 기반 · 수수료 기반 보수 · 성장, 양, 수량을 추구 · 거래나 딜 중심 · 일시적인 계획과 목표 ·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이익을 당장 다 가져야 한다' · 충동적, 편의주의 · 1회성 사건 중심 · 일관성이 없음 · 정치적 · 이익 실현(takes)
· 대부분 (원칙을 갖춘) 주인 · 윈-윈 관계를 추구 · 인내심 · 기본 데이터와 원칙에 근거 · 사실(fact) 기반 · 영구적 가치 상승 추구 · 퀄리티가 전부 · 관계 중심 · 올바른 프레이밍과 마인드에 집중 · 만족 지연 · 사려 깊음 · 자기 강화하는 선순환 추구 · 조화, 일관성 · 기업가적 · 공유(gives)
산출·결과
· 해자의 고갈 · 임차 · 물의를 일으키지 않음 · 수확 · 소리침 · 사회적 증거를 물색 ·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자 함 · 즉각적 만족을 위한 이기심 · 당장 필요한 것 지원(물고기) · 부정(denial) · 프래질 · 브렉시트, 배타적 대립 의식, 민족주의자, 포퓰리스트 · 가상의 최고치에 집착 · 아이디어에 대한 강도 높은 경쟁이 존재 · 1+1=2 · 어느 쪽과도 타협할 수 있음 · 극도로 예민함 · 규모의 경제를 유지
· 탄탄한 해자의 구축 · 소유 · 인습 타파 · 식목(plant) · 속삭임 · 내적 보상에서 동기를 얻음 · 오해받을 준비가 되어 있음 · 관대함 · 지속가능한 방법(물고기 잡는 방법) · 수용(acceptance) · 안티프래질 · 깨달음을 얻음, 윈-윈 추구, 더 긴밀한 통합 · 현실의 사람들과 교감 · 아이디어에 대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함 · 복리 이자 · 직설적 · 최악의 실수를 피함 · 규모의 경제를 공유
인물 유형
· 단기 주주('지분 임차인') · 뉴스와 드라마에 굶주린 브로커와 애널리스트, 기자, 자문사, 컨설턴트 · 불편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죄책감과 수치심을 완화하려는 1회성 기부자 · 일부 정치인, 영업사원, 대변인 · 의존성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 지원 · 2000년대 초반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 AIG, GE, 엔론
· 장기 주주('지분 소유자') · 창업자, 훌륭한 직원, 이사회 일원 · 다개년, 관계 기반 기부자(아마도 익명?) · 철학자, 사고자(thinker),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가, 구루 · 자기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더 이상 없는 상태를 목표로 하는 자선 재단·단체 · 코스트코, 버크셔 해서웨이, 아마존
*각 항목은 배타적이지 않고, 위 항목으로서 완전하지도 않다. 목록에 관한 훌륭한 단서를 제시한 크리스 베그(Chris Begg)에게 특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우리가 몇몇 기업에 대한 분석을 곁들여 단기주의와 장기주의 사고를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역시 오래된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카리아와 내가 보기에 기업이 장기적으로 번영하기 위해 다른 것들보다 더 중요하게 확보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월스트리트나 웨스트민스터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에게 그 요소는 바로 고객이다. 기업과 고객 간의 관계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직원에게 괜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공급자에게 공정 가격을 지불하며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다(물론 과세당국도 자기 몫을 확보할 것이다). 나아가 더 새롭고 향상된 제품에 재투자할 수 있는 현금흐름 여유분도 존재할 것이다(이 사실이 더 중요하다). 즉, 자기 강화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1990년대에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며 펜으로 휘갈긴 것으로 알려진 아래 그림을 통해 제품의 향상이 어떻게 고객 만족을 낳고, 이것이 다시 현금흐름의 증가와 제품의 더 많은 향상, 고객 수의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윈-윈 관계에 기반한 생태계의 발전에 따라 모든 이해 당사자는 이득을 본다.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어내기는 어렵고, 인내심뿐 아니라 특정 방향성과 원칙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선순환이 잘 작동한다면 훌륭하고 아주 유익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 좋다. 하지만 자선단체의 자금 조달은 좀 더 골치 아프다. 자선단체의 수혜자(가령 만성질환이나 정신건강 문제를 겪거나 기아로 허덕이는 아동) 대다수는 그 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정상 시장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결국 그것이 자선단체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잖은가?). 그 부족분은 기부자들이 낸 돈으로 메꾼다. 그 결과 자선단체의 경영진은 위에서 다룬 기업 사례와는 다르게 두 가지 주요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즉 수혜자를 돌보는 동시에 기부 수입 규모를 유지하고 더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한 남자와 두 주인'(one man, two guv'nors, 리처드 빈의 희극)식 역학은 특히 영국에서 그 어려움이 더 커진다. 기업 분야의 적시 공급(just-in-time)과 유사한 모금 문화 때문에(여유 자금이 거의 없다는 뜻) 자선단체는 올해 미리 모금한 경우를 제외하면 내년에 사용할 기부금 규모를 미리 알 수 없다. 입에 풀칠만 하는 수준의 자금 조달은 재정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장기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한다. 나아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선단체로 하여금 항상적인 영업 상태로 표류하는 것을 장려(또는 의무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압력 아래에서는 기부자의 서명만 받아낼 수만 있다면 모든 방법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델이 항상 잘 작동하지는 않는다. 자카리아와 나는 《노마드 투자자 서한》에서 실수에 방대한 분량을 할애했다. 단기적으로 명백하게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방법에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뒤따를 장기적인 비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실수가 얼마나 빈번히 일어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다. 흔한 실수(나아가 잠재적 범죄)의 유형은 초콜릿 케이크로 끼니를 때우는 것에서부터 흡연과 음주, 마약(목회자 자카리아는 조만간 여러분의 고해성사를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 절도, 속임수를 포함한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크고 편리하지만, 사실 장기주의로부터 무언가를 빌린 것과 같다. 기업들 역시 여기에 면역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올해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매출 증가 예상치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외부 기업을 인수하려고 투자지출을 삭감하는 기업은 자기 미래에서 무언가를 꿔온 것이다. 물론 기업 경영에도 좋고 나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자선단체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좋고 나쁨의 구분은 장기·단기 지향성의 구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장기 지향성은 좋고, 단기 지향성은 나쁘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 총회가 열리는 날 아침이면 지난 오륙칠십 년간의 주주 총회 모습을 담은 20분짜리 비디오가 상영된다. 1980년대 주주 총회일 것으로 예상되는 한 장면에서 회사의 회장인 워런 버핏은 자신과 평범한 투자자 사이에 주요한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했다. 그의 대답은 딱 한 단어, 바로 '인내심'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자카리아와 나의 관점이 편향되었을 수 있지만, 정말이지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인내심은 자신감과 신뢰의 산물이다.** 자카리아와 내가 우리 분석에 자신이 없었고 당시 그 다른 사람(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역자)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인내심을 가져야만 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나아가 인내심이 없다면 단기주의로 표류하는 것을 막을 동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해자를 고갈시킬 행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업과 자선단체, 정치 생태계를 보면 (논리 정연한) 자신감과 (받아 마땅한) 신뢰, (그 결과로서의) 인내심이 결여된 듯하다. 위의 표는 단기주의 특성에 관한 목록과 그 장기주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이 목록은 배타적이지 않고(산출과 투입은 상호 호환된다) 완전하지도 않지만, 해자를 고갈시키는 활동에서 벗어나서 시간과 자원의 더 이성적이고 유익한 배분으로 이동하는 지도의 출발점으로는 충분하다. 버크셔의 부회장 찰리 멍거가 자주 던졌던 질문처럼,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받아 마땅한 신뢰의 망 속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가? 위 체크리스트는 우리가 단기주의에 내포한 최악의 어리석음을 인지하고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에게도 그렇길 바란다. ** 이 영민한 정의를 공유해 준 피터 카우프만(Peter Kaufman,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 저자)에게 감사한다. 늘 그렇듯이 딱 들어맞는 통찰이다.

 

댓글

gu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