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오쇼너시(Patrick O'Shaughnessy)가 진행하는 <Invest like the Best> 팟캐스트의 2021년 7월 21일 컨텐츠인 <Investing Behind Change>를 번역한 글입니다. 게스트는 론 파인 캐피털(Lone Pine Capital)의 설립자인 스티브 맨델(Stephen Mandel)입니다. 2시간짜리 대담인데 서너 개 포스팅으로 나눕니다.
변화를 좇는 투자 #1
<Invest like the Best> 중 <Investing Behind Change>
진행: 패트릭 오쇼너시, 게스트: 스티브 맨델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소개
패트릭 오쇼너시(이하 패트릭): 오늘 게스트는 우리 세대에서 가장 성공한 헤지펀드이자 투자회사인 론 파인 캐피털(Lone Pine Capital)을 설립한 스티브 맨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스티브가 투자를 시작한 1980년대 이후 투자 업계의 변화와 오늘날 공매도를 통해 알파(alpha,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성과 혹은 차별화)를 얻는 것이 20년 전과 비교해 더 힘들어진 이유에 대해 다룹니다. 그리고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룹니다. 스티브가 경험한 훌륭한 스토리가 많이 담겨있기에 오늘 대담이 무척 흥미로울 겁니다.
리테일에서 배우다
패트릭: 제가 정말 고대해왔던 오늘 당신과의 대담은 주제가 꽤 광범위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를 첫 번째 화두로 삼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적게 변화한 것이 무엇인지가 아주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인데요. 오늘 대담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통화하면서 1990년대 중후반 공매도를 둘러싼 여러 재밌는 일화와 투자 업계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에서 월마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회사와 주식, 월마트를 통해 배운 투자와 사업 이야기, 오늘날과 비교해 당시 상황이 얼마나 달랐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보죠. 월마트를 처음 알게 됐던 때와 월마트가 오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사고 틀을 잡아주는 회사인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스티브 맨델(이하 스티브): 월마트가 오늘 대담의 틀을 잡아줄 수 있는 이유는 샘(Sam Walton, 월마트 창업자)이 진정한 제 우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0년대에 골드만 삭스에서 리테일 부문 애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애널리스트로 계속 일할 생각이 없어서 처음에는 식품 의약 부문 담당으로 시작했는데, 사실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기 전에 컨설턴트로 슈퍼마켓 사업을 분석하기도 했었죠. 월마트가 식품 부문으로 사업을 막 확장하고 있던 때였고, 제 동료이자 멘토인 조 엘리스(Joe Ellis)가 바로 월마트 담당이었습니다. 그는 워낙 일을 잘해서 1985년이나 86년쯤에 월마트 담당을 제게 넘겨줬습니다. 당시 제가 담당하던 기업 중 가장 중요한 회사였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당시는 지금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80년대에 월마트는 장중에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 콜도 없었기 때문에 회사를 방문해 별실로 안내받았습니다. 인터넷도 안 되고 아무것도 없는 방이어서, 전신타자기(teletype machine)를 가져가 종이를 찢어 교체해가며 실적을 받아 적었습니다. 꽤 세부적인 내용이긴 했지만, 발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선 말 그대로 CFO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봐야 했죠.
그러고 나서는 골드만 삭스 시스템에 수치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그때는 그랬어요. 컨센서스를 뛰어넘었다거나 하는 실적 전망치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실적을 발표했고,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거죠.
패트릭: 샘 월튼이 월마트를 설립하고 운영한 어떤 부분이 당신이 그를 우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던 걸까요? 제가 알기로는 샘이 월마트를 창업했을 때 40대 중반이었는데, 기업가 치고는 다소 늦은 나이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을 듯하네요.
스티브: 네, 월마트 설립 당시 샘은 40대 중반이었습니다. 저는 샘처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믿게 만드는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샘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월마트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받곤 했어요. 우리 생각에는 10만 명은 족히 됐을 듯합니다. 저는 매년 월마트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행사는 아칸소 주립대학 내에 농구 같은 것을 하는 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초기에는 체육관에 에어컨이 없었는데, 농구 경기는 겨울에 열리기 때문에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름에는 체육관이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월마트 주주총회는 6월에 열렸습니다. 이후에 샘의 남동생인 버드(James Lawrence “Bud” Walton)가 학교에 기부한 돈으로 새 체육관을 지었고, 그때부터 거기에서 주주총회를 하고 있죠.
어찌 됐든 주주총회에는 모든 월마트 매장마다 직원(employee) 세 명이 참석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월마트는 직원이 아니라 동료(associate)라는 명칭을 사용하니까 정정하겠습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에어컨을 갖춘 스쿨버스를 타고 아칸소로 이동해서 행사 당일 새벽 서너 시쯤 도착했을 겁니다. 샘은 행사장에 새벽 다섯 시에 가 있었습니다. 연단에는 그가 올라서 있고 그 앞을 수많은 인파가 둘러싼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서 저는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서둘렀습니다. 행사장 안에는 아마 수천 명이 있었을 겁니다. 아칸소 주립대학 체육관은 1만 4천 명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넘쳐나는 사람들은 샘의 위치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는 "베티 루, 제가 플로리다주 오캘러에서 당신이 담당하는 공예 부문을 보니까 VPI(Volume-Producing Item, 집중 홍보 상품과 매대 디스플레이를 각 매장 직원이 선정하고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가 정말 훌륭하더군요" 같은 말을 하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베티 루는 "하느님 맙소사, 샘 월튼이 나를 알고 있다니!"라고 생각했겠죠. 저는 이 광경에 그야말로 매료됐습니다. 샘의 사무실은 플라스틱 인조 목재 패널로 만든 길이 2.4미터, 너비 3.7미터의 작은 방이었습니다. 그런 데서 어떻게 회의를 소화했는지 모르겠지만, 월마트는 매주 토요일 오전 7시에 모든 핵심 인물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현장 파견 근무 중인 지역 관리자와 구매, 재무 담당자 등이 모두 모였습니다. 샘이 이 회의를 주재하고 동기부여하는 장면은 정말 진풍경이었습니다.
당시는 공정공시규정(FD: Regulation Fair Disclosure, 2000년부터 특정인에게 투자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정) 제정 전이었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인 저도 그 회의에 참여하는 엄청난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저 참관하거나 질의응답만 하는 게 아니었죠.
패트릭: 오늘 대담에서 여러 차례 언급될 개념이 바로 사업의 퀄리티와 경영진의 퀄리티를 축으로 한 4사분면 매트릭스일 겁니다. 투자 관점에서 이 두 요소를 다 가졌는지 아니면 하나만 가졌는지, 아무것도 없는지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나중에 다룰 소프트웨어 산업과 연관되기도 하지만, 월마트는 매장 하나를 설계하고 여러 번 복제하는 개념이 그 요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프트웨어보다는 매장의 경우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을 텐데요. 하지만 복제 가능성이 높은 사업 단위(unit)라는 개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월마트나 다른 기업 예시를 통해 이 2×2 매트릭스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켜왔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사업 퀄리티와 경영진 퀄리티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스티브: 투자 분야에서 안전 마진은 보통 재무 관점에 기반한 논의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가치나 자기자본이익률의 지속 가능성 같은 이야기를 보면 말이죠. 저는 사업의 프랜차이즈 가치(독보적인 가격 결정력과 시장 지배력, 탄탄한 유통망, 브랜드 파워 등을 확보하고 있어 경기 부침에 상관없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로, 체인점과는 다른 의미와 그 복제 가능성,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퀄리티에 더 집중합니다.
경영진의 퀄리티는 당연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워런 버핏의 유명한 이야기처럼, 침팬지도 경영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연역적 추론을 할 수도 있죠. 언젠가 결국 침팬지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사업의 퀄리티 측면에 관심을 더 기울여왔습니다.
리테일은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로서 성장하기에 적합한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사업 단위의 복제 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다다르게 됐죠. 최근 몇 년 동안은 추세가 좀 바뀌긴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리테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패트릭: 현재 전 세계 1위 부자가 그렇죠(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의미).
스티브: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효과가 좋은 쥐덫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곳에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월마트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자라(Zara), 이케아(IKEA)를 포함한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규모와 복제의 효과가 급속히 좋아질 필요까지는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좋아지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제가 리테일 산업에서 월마트와 다른 기업을 보고 배운 한 가지 교훈입니다.
패트릭: 리테일이라는 배경을 가진 게 투자에 대한 당신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확실한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너지나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리테일에서 배운 가장 차별화된 관점은 무엇입니까?
스티브: 리테일은 문화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과 좋은 문화를 형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렇지 않은 요소는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복제하는 방법과 규모의 의미, 규모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성과에 대해서도 말이죠. 이 두 가지가 바로 리테일 배경을 가짐으로써 배울 수 있었던 점입니다.
패트릭: 리테일 산업에서 문화의 편차는 어떠한가요? 리테일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쁜 문화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스티브: 나쁜 문화에 대해 먼저 말해보죠. 회사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제가 골드만 삭스 시절에 담당했던 한 기업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공급자에게 충분히 뜯어내고, 건물주에게 충분히 뜯어내고, 고객에게 충분히 뜯어내서 남긴 돈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패트릭: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긴 하겠죠.
스티브: 그게 바로 제가 나쁜 문화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나쁜 문화가 목을 조이기 전까지 얼마 시간 동안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리테일 기업이 존재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당연히 모두에게 상호이익인 모델이겠죠. 직원과 고객, 공급자에게 이익이 되고 궁극적으로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그런 모델입니다.
제가 아는 기업 중에는 코스트코가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직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와 복지혜택을 갖추고 있습니다. 코스트코처럼 판매가를 낮추는 회사는 없습니다. 공급자는 코스트코가 솔직하고 단순한 거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코스트코는 대금을 제때 지불하고 매입 규모도 아주 큽니다.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죠.
패트릭: 샘 월튼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의 경영 스타일과 월마트의 문화 같은 것도 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샘처럼 모든 사람의 이름을 다 외우는 건 보통 사람의 경우 불가능할 듯합니다. 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요인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당신이 존경하는 샘 월튼의 특성과 문화를 어떻게든 다른 기업에 이식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스티브: 이 이야기에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샘 월튼은 회사 동료를 존중했다고 생각합니다. 월마트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이유로 비판받아왔지만, 회사 동료만큼은 항상 존중했습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지급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미친듯한 성장률을 구가하던 초기에 더 잘 들어맞는 설명이긴 하겠지만요. 현재 CEO가 된 더그 맥밀란(Doug McMillan)도 16살에 매장 임시직으로 월마트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학교 여름 방학 기간에 임시직으로 일하다가 관리자급으로 성장한 사람의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저는 특히 수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업의 경우에 이들을 올바르게 대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리테일 산업의 경우입니다. 매장이 거의 없는 아마존의 경우에도 수많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패트릭: 리테일 기업의 본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아마존이 세계를 장악한 변화가 이미 오랫동안 일어난 상황에서 물리적 매장의 가치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변화가 확실히 일어난 듯합니다.
스티브: 본질은 여전히 같습니다. 바로 일련의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것이죠. 그 상품을 직접 만들든 다른 곳에서 사 오든 관계없이 고객에게 큐레이션 한 상품을 제공합니다. 마켓플레이스와 비교해 판매가를 책정하고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고객이 직접 매장에서 픽업할 수도 있고 문 앞까지 배송할 수도 있죠. 상품을 리테일 기업 혹은 제조사에서 고객으로 이동시키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상품을 큐레이션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가격을 어떻게 매기고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는 바뀔 수 있지만요.
패트릭: 당신이 종이를 찢어 내가며 장중에 실적 발표 수치를 받아 적던 별실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와 오늘날을 비교해 정보가 전파되는 방식에 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냥 실적이 발표됐던 월마트의 사례가 존재했던 과거에는 시장이 새로운 정보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습니까?
스티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예측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경우입니다. 한 기업이 20% 증가한 이익 수치를 갑자기 발표했다고 해보죠.
패트릭: 지금은 그렇게 갑자기 실적을 발표하진 않죠.
스티브: 네, 하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이런 일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상황이 좀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일부 똑똑한 애널리스트가 알아내기 전까지 시장에 반영되지 않는 정보가 있었던 것이죠.
과거에는 제가 담당하던 많은 기업이 오후 5시에 실적 발표를 하면서 매출액과 순이익 수치만 공개했습니다. 재무상태표도 없고 자금운용표(funds flow statement)도 없었으며 완전한 손익계산서도 없었습니다.
회사에 전화해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얻어내는 것은 온전히 투자자나 애널리스트에게 달린 문제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공정공시규정 제정 이전 시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골드만 삭스에서 셀 사이드(sell-side)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나 이후에 초창기 타이거 매니지먼트(Tiger Management)에 합류했을 때도 우리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지난주 매출액이 어땠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러면 회사 담당자가 수치를 말해주는 것이죠.
패트릭: 그냥 그렇게 말해줬군요.
스티브: 솔직히 말하면 그게 경쟁우위가 되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실제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오늘 오전 판매액이 얼마였는지 알려주는 엄청나게 많은 서비스가 존재하는 지금 시대 사람들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패트릭: 경쟁우위의 본질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우위가 발전해 온 양상을 고려했을 때,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 보십니까? 우선 훌륭한 기업을 발굴해서 영원히 보유함으로써 투자 초기에 가졌던 통찰의 성과를 투자 기간 내내 누린다고 할 수 있는 느리게 타오르는 경쟁우위가 있겠죠. 그리고 초고속 정보 차익거래에서 비롯되는 경쟁우위도 있을 거고요. 론 파인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 유한책임사원이 당신의 경쟁우위가 무엇인지 물어봤다면 어떻게 답변했을 것 같습니까?
스티브: 지금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하는 방식대로 답변했겠지만, 숏 사이드의 경우라면 롱 사이드일 때와 살짝 다른 대답을 했을 듯합니다. 롱 사이드의 경우 변하는 건 없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변화를 좇아서 투자합니다. 여기서 변화란 기술이나 기업 경영, 규제 등에서 그 역학 관계를 다년간 변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큰 변화를 쫓아 투자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롱 사이드에서 평생 해온 일입니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담긴 이야기처럼 데이터의 양과 종류, 그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속도의 면에서 인터넷 덕분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는 기업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사실은 그리 큰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번 분기 매출 데이터를 보니 변곡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눈에 띄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뭔가를 내다 팔아야겠어"와 같은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롱 사이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역학은 주체에 꽤 변화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ETF도 없었고 패시브 자금과 헤지펀드의 규모가 작았습니다. 대신 상장 주식을 매수한 대규모 자금이 있었죠. ETF든 대규모 뮤추얼 펀드든 헤지펀드든 패밀리 오피스든 관계없이 이들 모두 주식을 보유하고 사고팝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역학 관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숏 사이드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과거에는 헤지펀드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는 그리 큰 산업이 아니었어요. 지금과 비교해 과거에는 숏 사이드에서 경쟁이 훨씬 덜 치열했습니다. 숏 사이드에 참여하는 추가 자금이 들어오면 수요-공급 역학을 변화시킵니다. 왜냐하면 괜찮은 공매도 아이디어는 한정된 것에 반해서 그 수요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죠.
패트릭: 주식 차입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고요.
스티브: 네, 주식 차입과 좋은 공매도 아이디어는 항상 부족합니다. 저는 우리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과 텔레콤 버블 주식을 공매도하며 했던 일을 지금 그대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표현합니다. 과거에는 펫츠닷컴(Pets.com)과 이토이스(eToys), 온세일(Onsale) 같은 미친 주식을 빌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차입비용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즉시 상승하면서 차입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됩니다. 말하자면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오해에 기반한 최고의 공매도는 실행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패트릭: 그렇다면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잠재 원천으로써 공매도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스티브: 네, 맞습니다. 아까 당신이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제가 투자회사를 시작하면서 구걸용 컵을 흔들며 투자자와 미팅을 하면 "어떤 방법으로 저에게 돈을 벌어다 주실 건가요?"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했죠. "롱 사이드는 아주 효율적입니다. 우리가 롱 사이드에서 연간 몇백 베이시스 포인트 정도의 알파 수익률 거둬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성과일 겁니다. 하지만 숏 사이드는 아주 비효율적이라서 아주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롱보다 숏에 더 큰 알파 수익률의 원천이 존재합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에는 그렇지 않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존재합니다. 먼저 금융 위기 전후의 이자율이 크게 변화했고 공매도 대차비용(short rebate)처럼 손익을 따질 수 있는 역학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요인인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밀레니엄(Millennium)이나 시타델(Citadel) 같은 헤지펀드 플랫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수백 군데에 이르는 헤지펀드 무리가 서로 경쟁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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