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영국 투자자, 테리 스미스(Terry Smith)의 30년 전 저서와 재무제표의 중요성에 관해 잘 요약한 마르셀루스 인베스트먼트의 글입니다.
문제는 아무도 재무제표를 읽지 않는다는 것
마르셀루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인도 기반 포트폴리오 운용 및 투자 자문사)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금세기 초반에 우리가 애널리스트로 막 성장하고 있던 시절, 테리 스미스(Terry Smith)가 쓴 <성장을 부르는 회계(원제: Accouting for Growth, 초판 1992년 발행)>를 읽고 또 읽곤 했다. 널리 알려진 회사에서 일어나는 회계 부정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에 관해 위대한 투자자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테리는 이 책을 저술한 이후 세계 최대의 인터딜러 브로커(inter-dealer broker, 개인이 아닌 브로커 딜러, 딜러 은행 및 기타 금융 기관 간의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전문 금융 중개자) 회사를 키워낸 후 수십억 달러에 매각했다. 애널리스트 일을 하면서 그의 회사를 다루기도 해서, 다시 한번 테리에게 배울 수 있었다. 2010년이 되자 테리는 인생의 3막을 열었다. 바로 펀드스미스(Fundsmith)를 설립하고 스스로 펀드 매니저가 된 것이다. 인베스터스 크로니클(Investors' Chronicle)에 따르면 "펀드스미스 에쿼티 펀드는 2010년 11월 결성 이래 현재까지 연 복리 수익률 18.4%를 달성했다. 동기간 벤치마크인 MSCI 전 세계 지수의 연 복리 수익률은 12.8%에 그쳤다. 2021년 11월 30일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279억 파운드(약 44조 8,200억 원)에 달했다."
이제 펀드 매니저가 된 우리는 테리 스미스의 뉴스레터를 챙겨보고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며, 그의 놀라울 정도로 간결 명료한 철학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마르셀루스의 일부 임직원은 펀드스미스의 고객이라는 점에 유의하시길). 테리는 팟캐스트에서 그가 기업을 어떻게 분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지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부상이 어떻게 그의 투자 철학에 반영됐는지, 현시점에 가장 유망한 산업이 어디인지에 관해 논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아마존(티커: AMZN)을 매수한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인베스터스 크로니클의 팟캐스트에서 핵심을 추려보자.
기관 투자자를 포함해 일반적인 투자자는 기업 재무제표를 읽지 않는다. 대신에 경영진이 제공한 발표 자료에 기대는데, 부정적인 요소에 관해서는 생략하거나 축약하는 경우가 많다. 테리는 그의 동료가 IBM의 1년 치 재무제표상 현금흐름에서 19억 달러 치 실수를 발견했던 일화를 거론한다. IBM에 따르면 이를 알아챈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다.
테리는 기업 스스로 공시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재무제표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건 재무제표상의 수치다. (중략) '우리 사업 성과는 아주 훌륭했습니다'라는 경영진의 논평은 필요 없다. 정말 훌륭한 사업인지는 내가 수치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사용자본이익률과 현금전환비율,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등이 높은지 보면 되는 일이다."
테리는 훌륭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고, "아주 저렴하게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인도 시장에 투자한 많은 사람의 접근법 때문에 우리 마르셀루스가 다소 혼란을 느끼는 딱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장기 투자자라면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무제표상 수치를 통해 훌륭한 기업임을 이해하고 나서야 이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고 지속 가능성이 높은지 따져보는 것이 맞다. 해당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벌고 경쟁을 피하는가? 경영진이 잉여 자본을 재투자하는 성과는 얼마나 뛰어난가? 막 떠오른 차세대 사업 아이디어에 굴복하지 않고 뛰어난 재투자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가?
테리는 경영진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경영진과 친구가 아니다. (중략) 우리가 분석해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을 굳이 경영진에게 들을 필요는 없다. (중략) 앞으로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정보를 경영진에게서 듣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면 우리는 향후 33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을 거둔 기업의 모든 경영진은 재투자와 기업 인수, 잉여 현금 주주 배분 중에서 매년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을 맞는다. 테리는 경영진이 이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에 관해 초점을 맞춘다. 경영진은 어떤 매개변수를 사용해 이 세 가지 대안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가?
테리는 잉여현금흐름 수익률(FCF yield), 즉 배당금 지급 전 현금흐름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을 활용하는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 수치를 포트폴리오 기업 및 시장 일반과 비교한다. 현시점의 수치만이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5년간의 예상 수치를 비교함으로써 테리는 대상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에 성장이라는 요소를 반영한다. 그가 매수하는 기업이 "훌륭한 가치"를 지녔는지 판단하려는 것이다. 테리는 현재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이 낮더라도 향후 5년간 잉여현금흐름이 성장해 수익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 따라서 기업 가치평가에서 그는 "잉여현금흐름 수익률 + 잉여현금흐름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하겠다.
그는 주식의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는 일이 헛된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거시 경제에 관해 걱정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중략) 거시 경제는 내 투자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술주 및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상은 테리가 기업을 분석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 기업은 실물 자산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고 가치평가해야 했다. 훌륭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고객의 전환 비용이 높기 때문에 고객 정착률이 높은 사업 특성을 갖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예다. 이러한 고착도(stickiness)는 애널리스트의 분석 대상이 되는 자산이다. 전통적인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의 또 다른 차이점은 자본지출 형태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대부분의 투자는 미래 프랜차이즈 가치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즉 무형자산을 창출하려는) R&D나 마케팅의 형태를 띤다. 하지만 그 지출은 현시점의 영업손익에 영향을 미치며 당기 비용 처리한다. 보통 재무상태표 자산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종래의 기업 회계 처리와 대조적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PER을 전통적인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일(apples vs pears comparison, 비교할 수 없는 서로 다른 것이라는 의미)과 같이 명백한 실수다. 지난 20년간 서양에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자본지출이 유형자산에 대한 지출을 앞섰다.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는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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