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하지 않는 것)의 미학

매도(하지 않는 것)의 미학

Thinker
찰스 아크레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Date
2022년 03월 19일
찰스 아크레가 설립한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Akre Capital Management)의 <The Art of (Not) Selling> 아티클을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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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하지 않는 것)의 미학

 
크리스 세로니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파트너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우리가 오랫동안 투자해오면서(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1989년에 설립) 가장 큰 대가를 치렀던 실수는 대부분 매도 결정에서 비롯됐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빨리 매도하는 결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제목을 "매도(하지 않는 것)의 미학"이라고 붙인 이 글을 쓰게 됐다.
한발 물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는 성장하고 경쟁우위를 가진 소수의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업은 희소하고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오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기업의 성장에 따른 복리의 힘을 누리고자 최대한 장기 보유한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 위해서는 매도하고 싶은 충동을 많이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정치와 거시 경제에 한눈팔지 않는다. 놀랄 사람이 많겠지만, 밸류에이션이나 목표 주가 같은 것을 이유로 매도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매도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분명히 있긴 한데, 사업 자체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다.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는 의지는 우리 투자 철학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다들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 핵심에 복리의 힘이 있다. 매도(하지 않는 것)와 복리의 두 아이디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자에서 실수한다면 후자를 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투자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복리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투자의 북극성이다.

한 가지 질문

1백만 달러와 30일간 매일 두 배로 늘어나는 1페니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몇 가지 힌트를 주자면, 매일 두 배가 되는 1페니는 1주 후에 1.28달러가 된다. 2주가 지나면 163.84달러가 될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1페니가 결국 1백만 달러보다 커지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뭣 하러 이런 질문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 1페니가 마지막에 얼마나 큰 금액이 될지는 예상 밖일 것이다.
1페니가 30일 동안 매일 두 배로 늘어나면 결국 10,737,418.24달러가 된다!
이 훌륭한 질문은 복리 수익률에 대해 그리 자명하지 않은 측면을 보여준다.
27일째까지는 처음에 1백만 달러를 받는 게 나은 결정이기 때문에 그리 자명하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매일 두 배가 되는 1페니의 가치는 마지막 나흘 동안 70만 달러에서 1천 70만 달러로 증가한다. 복리의 힘이 마법을 부리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복리 이자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복리를 (아인슈타인이 처음 말했다고 알려진)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칭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복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해야 하고, 이후에도 그 마법의 힘을 주기적으로 복습해야 한다.
위 질문을 통해 27일에서 30일째 사이에 일어나는 복리 효과가 우리 포트폴리오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투자를 중단하지 않고 충분히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치와 거시 경제, 밸류에이션

지난 세월 동안 투자 과정에서 매도를 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우리는 정치와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도 다른 이들처럼 뉴스를 읽을 뿐 아니라 워싱턴 D.C. 바로 밑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미국의 수도이니 온갖 뉴스가 다 만들어지고 모이는 곳이라는 뜻). 하지만 선거나 무역 전쟁, 연준 정책 등에 대한 우려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때 투자자로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우쳤다.
나아가 밸류에이션만을 근거로 매도 혹은 포트폴리오를 조정(trim)하려는 충동도 이겨내고자 한다.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지불 용의가 있었던 가치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더라도 우리는 당황하지 않는다. 요점을 잘 이해하기 위해 이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한 매도 결정은 향후 더 낮은 가격에 다시 매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경험에 비춰보건대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수많은 상장 기업 중에서 우리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은 백 개도 안 될 텐데 이들을 매력적인 가격에 매수할 기회는 흔하지 않다. 밸류에이션에 기초해 비슷한 수준의 투자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평균적인 기업과 달리, 성장하고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은 대체하기 힘들다.
셋째, 그런 기업은 투자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경향이 있다. 오늘 이들의 주가가 비싸 보여도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완벽하게 합리적이었던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목표 주가

우리는 밸류에이션뿐만 아니라 목표 주가를 근거로 매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목표 주가의 개념은 모든 기업이 내재가치를 가지고 있고, 투자자는 내재가치 대비 할인된 가격에 그 기업 주식을 매수해서 할인 폭이 축소될 때 매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여느 속담처럼 1달러 지폐를 60센트에 사서 나중에 1달러에 판매하는 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투자 방법이다.
하지만 성장하고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의 경우 1달러 지폐가 지금은 1달러 가치지만 내년에는 1.2달러를 넘어서고 그다음 해에는 1.4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이러한 기업 주식이라면 장기 보유해서 복리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복리에 대한 추가 계산

여러분이 한 기업 주식을 매수했는데 주가가 두 배가 되었다고 해보자. 이때 매도하고 싶은 충동(현금화해서 이익을 실현하고 투자 성공을 자축하는 것)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아래에 나온 계산을 참고하면 그 충동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 원금을 이미 두 배로 불린 상황에서 주가가 다시 두 배가 되면 이제 평가액이 원금의 네 배로 늘어난다. 이걸 한 번 더 반복하면 8배, 그다음에는 16배가 될 것이다. 핵심은 복리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과정을 6.5번만 반복하면 원금의 100배가 된다. 이게 바로 소위 "100배 주식(100-bagger)"이다. 투자 원금 대비 100배의 가치를 얻는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복리의 마법을 믿는 신실한 신도일 가능성이 높다.
 

매도해야 할 때

복리의 힘을 잘 알고 있는 경우에도 매도하는 게 적절하거나 필요한 상황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래 세 가지 상황이 있지만, 이 경우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1. 사업이 더는 업계 평균 이상으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
  1. 경쟁우위가 손상된 경우
  1. 경영진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경우
 
성장률의 둔화
투자자가 거두는 이익은 투자 기업의 주당 기업가치(장부가치로 정의하든 잉여현금흐름으로 정의하든 관계없이 항상 1주당 기준)의 성장에 근접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장기간 평균을 상회하는 투자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성장이 둔화한다면 투자 이익 역시 감소할 것이다.
 
경쟁우위의 상실
사업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술과 유통, 규제 등의 변화로 인해 기업의 경쟁우위가 약화할 수 있다. 가장 성공한 기업들 역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조해야 한다. 경제적 해자는 계속해서 그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이에 실패한다면 경쟁우위가 약해지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경영진
능력과 진실함을 동시에 갖춘 경영진을 식별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장기적인 시간 지평을 가지고 투자한 결과, 우리는 그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여러 세대의 경영진을 경험한다. 후임자가 언제나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월을 통해 새로운 경영진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즉각적인 판단을 미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면 조처를 해야 하고, 우리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신규 경영진으로 인해 그 기업 주식을 매도하게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은 위 세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주 드물지만, 더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한 곳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의하라. 더 좋아 보이는 새것을 사기 위해 잘 알고 있는 것을 파는 건 위험한 게임이다. 우리도 최소 두 번 이상 실패를 맛봤다.
그냥 생각을 바꾸는 일도 있다. 한 기업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처음 매수했던 이유와 반대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형성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에 신규 투자 기업이 추가될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

소음의 해결책

투자 기업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복리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결정한 투자자라면 소음을 무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분기 실적 발표(90일마다 PT 자료와 컨퍼런스 콜이 정말 필요한가?)와 금융 언론(특히 케이블 뉴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가 이 불협화음을 형성한다.
금융 언론과 월스트리트가 뉴스에 노출된 독자 수(eyeballs)와 거래빈도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은 여러분이 보유한 주식을 팔고 가지고 있는 주식을 사도록 설득하기 위해 소음을 최대화한다.
토마스 펠프스는 그의 저서 “100 to 1 in the Stock Market”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한 바 있다. "당신이 매일 무언가 하도록 설득하는 사람은 당신과 정반대되는 구조에서 이익을 본다는 점을 잊지 말라."
그는 47년 전인 1972년에 이 책을 썼는데, 당시보다 현시점에 더 적합한 설명 같다. 여러분이 주식을 매수해서 장기 보유하며 복리를 누린다면,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없다. 케이블 뉴스는 "오늘 보도할 만한 새로운 뉴스거리가 없다"라고 말해서는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없다.
미들버그에 있는 우리 사무실에는 단 한 대의 TV가 회의실에 놓여 있다. 이마저도 NCAA(미국 남자농구 디비전1 챔피언십)가 열리는 3월에 가장 많이 틀어져 있다(우리 CFO는 노스캐롤라이나 타르 힐스 팀의 열혈팬이다!). 케이블 뉴스는 우리 회사에 흐르는 소음이 아니다. 이런 소음은 여러분 투자의 건강 상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우리는 각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정말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필수적이지 않은 세부사항은 무시한다. 우리가 알아내고 싶은 건 각 기업의 경쟁우위의 본질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충분한 보상이 뒤따른다. 무엇이 정말로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이해하면, 가령 투자 기업의 신사업 진출에 대해 좀 더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먼저 분기 실적 보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공매도 보고서와 신문 헤드라인, 투자 등급을 강등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험에 따르면 이렇게 정제된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소음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성장하고 경쟁우위를 가진 투자 기업이 중단없이 복리 성장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우리는 1페니가 30일 후에 얼마만큼의 가치로 불어날지를 머릿속에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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