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아브람스에게서 배우다

데이비드 아브람스에게서 배우다

Thinker
데이비드 아브람스
카테고리
투자자
태그
아브람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Date
2022년 05월 03일
지난 <헤지펀드 세계의 1인 돈 버는 기계> 글에서 다뤘듯이 데이비드 아브람스는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그런데 몇 년 전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서 운영하는 투자 팟캐스트에 직접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아브람스의 투자 철학에 관해 요약해서 다룬 인베스트먼트 마스터 클래스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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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아브람스에게서 배우다

 
인베스트먼트 마스터 클래스
(2019년 6월 28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역사를 전공한 한 남자가 투자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당시 주식과 채권의 차이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그 둘이 실제로 무엇인지 몰랐는데도 불구하고, 세스 클라만과 함께 리스크 아비트라지(Risk Arbitrage,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동시에 공매도하는 투자 행위) 일을 했고 현재 90억 달러 이상의 운용자산 규모를 가진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1999년에 펀드를 결성한 후 현재까지 최소 15%에 이르는 견고한 연 복리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그에게 '돈 버는 기계(The Wealth Machine)'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죠. 이 사람이 누군지 혹시 아시나요?
 
바로 데이비드 아브람스입니다.
 
데이비드 아브람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게 당연합니다. 그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려는 사람인지라, 필자는 최근에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전설과 함께하는 가치 투자(Value Investing with Legends)' 팟캐스트 시리즈에 그가 등장한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아래에 발췌했습니다. 읽어보시면 여러 투자 대가가 다루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아실 텐데,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성장의 필요성(the need for growth)에 관한 데이비드의 말이었습니다. 버핏이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선호를 자주 밝힌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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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이 둔화하는 기업 주식을 그 둔화를 충분히 상쇄할 만한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 워런 버핏
 
그럼 성장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부터 다뤄보죠.
 

성장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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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질 촉매제(hard catalyst)'라고 부르는 기업 주식을 매수할 때, 매수가와 실제 기업가치 간의 갭을 메워줄 사건으로 엄청난 성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한 후 팔고 나오면 된다. 촉매제가 없는 기업의 경우라면 당연히 성장이 필요하다. 성장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달성 가능한데, 반드시 매출 증대를 통한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런 방식의 성장 사례가 아주 많긴 하지만 말이다.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한다거나 기업 인수를 통해서 혹은 저가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촉매제가 없는 경우에 성장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출자금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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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투자 시점은 출자금을 조달하기 가장 어려울 때다. 최악의 투자 시점은 출자금을 가장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을 때다.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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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투자 건에 대해 우리는 그 근본적인 경제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투자자인 우리는 앞으로 2년이나 5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항상 다루기 때문이다. 현 상황의 역학을 이해하려면 관계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와 고객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고객과 직원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근본적인 경제성의 이해는 과거 재무 수치를 기반으로 미래 수치를 예측하는 일과는 다르다.
 

가격 결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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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지금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그러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제한 없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회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한 논리 흐름이다.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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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분석은 심사숙고하는 과정이다. 정보와 데이터를 구할 수 있다면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사안에 관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그런 판단을 엑셀 스프레드시트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능한 모든 사안을 철저히 따져 보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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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적 분석에 익숙해져야 한다. 불확실성과 경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히 지난 10년간 자본주의는 경쟁이 아주 심하고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자명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겸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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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기업에 대해서 아주 겸손한 태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당신이 제너럴리스트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사람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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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보고서를 읽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경제성을 이해하고 이를 주가와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안 시나리오에 관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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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여러 경로에 관해 생각해야 한다. 단 하나의 경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과거를 되돌아보면 하나의 경로만 존재했던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에 하나의 경로만 존재하리라는 법은 없다. 미래에는 여러 경로가 존재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의 범위에 관해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경영진의 자사주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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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지분율이 높고 가치를 창출한 기업에 관해 압도적 선호를 하고 있다. 이런 편향을 갖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가치 창출의 실적을 달성해 본 사람은 미래에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이 자신의 연봉과 보너스를 위해 행동한다면, 주주 가치 제고의 목적과는 상충할 것이다.
 

미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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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5년간 이어온 실적 기조는 이제 시작일까, 아니면 끝났을까? 투자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가서야 그 답을 알 수 있다.
 

주식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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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자하고 싶은 기업과 함께하고 싶은 경영진의 목록을 작성하고는 항상 정보를 가감하며 업데이트한다. 리서치에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처음 매수하기까지 10년 이상 리서치하는 때도 있다.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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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지식 깔때기(intellectual funnel)에 많은 유입이 있게끔 노력한다. 그리고 그 정보와 지식을 잘 분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주 다양한 아이디어에 투자한다. 내 재산의 대부분은 우리 회사(아브람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의미) 펀드에 투자되어 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트렌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일부를 벤처캐피털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여행도 많이 하고, 남들과는 정말 다른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남들보다 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때도 있고, 전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면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될 때도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색적인 곳을 여행한다면 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포지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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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려고 한다. 매수 금액 기준으로 포트폴리오의 6~7% 정도를 개별 투자에 할당한다. 주가가 상승한다면 계속 보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정도 선을 유지하고자 한다.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의 집중도도 우리가 고려하는 중요한 측면이다. 느슨한 태도로 주시하면서 적당한 집중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나는 여러 산업에 대한 분산 투자를 추구하지 않지만, 특정 산업에 너무 많이 투자하는 것을 피하려고 신경 쓴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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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금융기법을 활용해 포지션 리스크를 헤징하는 관행을] 지지하지 않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오히려 리스크를 늘렸을 수도 있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떤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이 불편할 경우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좋고 쉬운 방법은 그 리스크를 아예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레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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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내린 기본적인 철학적 결정이다. 좋지 않은 시기에 마진 콜(margin call, 트레이더가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의 손실이 확대되어 결국 계좌의 남은 잔액, 즉 유지증거금 이하로 감소할 경우 대상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 금융업에 일어났던 큰 위기를 공부해보면, 막대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이들의 공통된 원인은 레버리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모든 금융 위기의 90% 정도는 바로 레버리지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모든 재앙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건 꽤 손쉬운 해결책이다. 버핏은 "똑똑한 사람은 레버리지가 필요하지 않고, 멍청한 사람은 레버리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버리지에 관한 내 생각과 일치한다.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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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그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해 책임이 있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는 기업이라면 고객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은 처우가 좋지 않은 기업을 떠날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고 투자금을 유치할 수도 없으며 투자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기업을 구성하는 더 많은 측면이 존재하지만, 요점을 파악하기에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독일의 노동자 협의체처럼 기업의 책임을 의무화하기보다는 기업과 그 구성원이 스스로 깨닫는 것이 낫다. 유럽에서는 신규 설립 기업과 혁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아주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 조국은 리스크 감수와 혁신의 대명사 같은 곳이며, 심지어 그 속도마저 상승하고 있다. 의무화 및 제도화에 관한 시도는 미국의 그 명성을 훼손할 것이다.
 

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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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투자 기업과 임직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간관계와 사람이라는 요소는 컴퓨터가 해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 보인다. 나는 퀀트에 대해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진 않다. 퀀트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만들어낼 변화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polyannish)이거나 오만한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 내가 월스트리트에 들어온 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은 투자의 블랙박스(black box, 기능은 알지만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기계 장치를 이르는 말)를 찾아 헤맸다.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것이다. 투자의 블랙박스를 진짜로 발견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돈 뒤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기금 펀드든 비영리재단이든 퀀트는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없으며 간과되어서는 안 되지만, 퀀트가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낼 때만 추종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단기 투자 성과가 좋지 않다면 사람들은 퀀트를 내다 버릴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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