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행주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이유

내가 은행주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이유

Thinker
테리 스미스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펀드스미스
Date
2023년 03월 22일
최근 SVB 및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를 두고 과거 영국 최고의 금융 애널리스트였던 테리 스미스가 불과 이틀 전 기고한 글입니다. 미래가 유망한 기업이나 섹터를 잘 고르는 것도 훌륭한 투자자의 덕목이겠지만, 위험 요소로 가득한 기업이나 섹터를 잘 '거르는' 것도 그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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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행주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이유

 
테리 스미스
《파이낸셜 타임스》, 2023년 3월 20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커리어의 첫 10년을 은행에서 일한 후 금융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었던 내가 은행주에 투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의 짖궂은 호기심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은행을 정확히 이해하기 때문에 은행주에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SVB)과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를 둘러싼 사건 때문에 내 입장은 더 확고해졌다. 은행주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나는 적절한 수익을 내려면 레버리지가 필요한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은행은 아주 작은 자기자본만으로도 막대한 재무상태표를 지탱할 수 있다. 아래에 내셔널 웨스트민스터 그룹NatWest Group(이하 '냇웨스트')의 2022년 실제 재무상태표 수치를 발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백분율 비중도 표기했다.
냇웨스트 그룹
(단위: 백만 파운드)
(단위: %)
대출
373,479
52
현금
144,832
20
채권
30,895
4
기타
170,847
24
자산 총계
720,053
100
냇웨스트 그룹
(단위: 백만 파운드)
(단위: %)
자기자본
36,496
5
차입자본
58,585
8
예금
470,759
65
기타
154,213
22
부채 및 자본 총계
720,053
100
출처: 블룸버그
냇웨스트의 자산 총계에서 자기자본 비중은 5%에 불과했다. 따라서 기어링 비율(또는 레버리지 비율)은 거의 20배에 이른다. 그 결과 자산에서 비중이 52%에 달하는 대출 중 10%만 부실 대출로 판명 나도 자기자본 전체가 잠식된다.
얼마 전 SVB 사태에서 목격했듯 예금자들은 뭔가 일이 발생하기 훨씬 전에 문제를 알아차리고 패닉에 휩싸여 뱅크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1982년 중남미 금융 위기 당시 미국 거대 은행들이 누적 이익을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S&P 500 지수 편입 기업(물론 은행도 여기에 포함되기에 수치에 다소 왜곡이 존재하기는 한다)의 평균 자산은 260억 달러이고 자기자본은 85억 달러다. 즉 이들의 평균 기어링 비율은 2배 수준이다. S&P 500 기업에서 자산 가치의 하락이 주요한 위험은 아니지만, 자기자본이 잠식되려면 자산 가치가 3분의 1이나 하락해야 한다.
둘째, 위에서 살펴봤듯 레버리지 비율이 높고 투자에 따르는 위험 수준이 상당한데도 은행 섹터의 투자 수익은 그다지 높지 않다. S&P 은행 섹터에 속한 기업의 지난 5년 평균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10.9%에 불과하다. S&P 필수 소비재 섹터의 동 기간 ROE가 17.9%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 섹터의 저조한 펀더멘털 수익은 당연히 저조한 주가 실적으로 이어졌다. S&P 은행 섹터의 지난 5년 총수익률은 연 -15.1%였던 반면, 필수 소비재 섹터는 연 12.1%를 기록했다. 더 높은 수익을 내려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옛 이론은 어찌 된 것인가?
셋째, 이쯤 해서 평균보다는 나은 은행에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라는 문제가 또 있다. 여러분이 투자한 은행은 자체 운영은 잘하더라도 섹터 전반적인 패닉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파산할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1980년대 홍콩에서는 중국으로 통치권 반환이 임박하면서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다가 수많은 은행 대출의 담보 자산이기도 한 부동산 섹터에 위기가 발생했다.
그 위기가 최고조일 때, 햇빛을 차단하려고 앞 창문에 차양을 설치한 한 지역 은행에 관한 이야기다. 근처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들은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 차양 아래로 몰려가 비를 피했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지나가던 사람은 늘어선 인파를 보고는 그것이 뱅크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실제로 그 지역 은행은 다음 날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예금자 무리에 포위됐다.
이것이 은행이다. 은행은 동료 은행의 행위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SVB 사태 이후 미국의 일부 지역 은행에 일어난 일을 한번 보라.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 머빈 킹 경Lord Mervyn King은 "최근 사건은 뱅크런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가 없지만, 일단 뱅크런이 일어나면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옳다"라는 말로 이를 잘 요약했다.
이 세 가지가 바로 내가 오랫동안 은행주를 기피했던 이유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이유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듯한데, 바로 핀테크Fintech다. 은행의 본질적 기능은 무엇인가? 고객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며 결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 모든 본질적 역할은 이제 이른바 핀테크로 대체되는 중이다. 은행 대출은 P2P 대출 플랫폼과 신용 펀드로 대체되고 있다. 결제나 예금에서도 은행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급여를 마스터카드나 비자 계좌로 바로 받을 수 있고, 이들의 결제 처리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에 애플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기술이 전통적인 은행을 대체하고 있다. 예전에 은행 지점이었던 곳이 피자 익스프레스로 바뀐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피자를 팔아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은행은 신규 진입자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기존 시스템에 묶여 있어 불리하다. 반면 핀테크 스타트업은 이익을 낼 필요도 거의 없는 투자금을 무한대로 공급받는 혜택을 누렸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악명 높은 전 미 연준 의장 폴 볼커Paul Volcker는 지난 2007~2008년 금융 위기 전 20년간 은행 섹터에서 이뤄진 유일한 혁신은 ATM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그 ATM조차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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