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의 실천(2019년) #1

가치 투자의 실천(2019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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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루
카테고리
투자철학
태그
찰리 멍거
히말라야 캐피털
Date
2023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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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투자의 실천(2019년) #1

 
리루
2019년 11월 29일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1. 가치 투자의 이론과 실천

 
4년 만에 다시 이곳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에 돌아와 여러분과 다시 이야기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마침 오늘은 미국 추수감사절이네요.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광화경영대학원의 장궈화 교수님과 히말라야 캐피털의 장징Chang Jing 이사,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학생들과 가치 투자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가치 투자를 널리 알리고 실천하는 데 공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4년 전 강의는 주로 가치 투자의 기초 이론과 중국에서 가치 투자가 가능할지에 방점을 두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가치 투자는 실용적 기법인데, 그 실천에 관해서는 거의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가치 투자의 실천에 초점을 두려 합니다. 먼저 제가 이해하고 있는 가치 투자의 실천을 위한 체계를 다룬 후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충분히 두겠습니다.
가치 투자의 기초 개념은 딱 네 가지뿐입니다.
  • 주식은 기업의 일부 소유권입니다. 단순히 사고팔 수 있는 종이 문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 안전 마진: 투자의 핵심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하기에 어느 정도의 가능성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마진을 두어야 합니다.
  • 미스터 마켓: 시장은 투자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반대가 아닙니다.
  • 능력 범위: 투자자는 오랫동안 공부해서 자기만의 능력 범위를 구축해야 하고, 투자할 때 그 범위를 고수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치 투자의 기초 개념 체계의 전부입니다. 논리가 단순하고 명료하여 이해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알기로 투자자가 오랫동안 시장을 상회하는 위험 조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투자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가치 투자에 관한 지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현역 가치 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공헌이 컸습니다. 그가 지난 60년간 이룬 성공은 전 세계에서 경이로운 수준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증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치 투자를 실천하는 시장 참여자는 겨우 5%에 불과합니다. 가치 투자를 아는 사람은 많은데, 실천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적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가치 투자에서 말보다 행동이 어려운 이유와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주할 어려움을 살펴보겠습니다. 또 가치 투자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다른 투자 스타일로 빠르게 '전향'하는 이유도 다루겠습니다.
앞서 다룬 네 가지 개념을 하나씩 분석해 봅시다.
첫째, 주식은 기업의 일부 소유권입니다. 이는 사실 사회 제도와 주식에 부여된 권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현 체제가 사유재산권을 보호한다면 사유재산의 활용과 거래도 보호할 것입니다. 사유재산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없다면 그것에 대해 '권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컨대 현금은 필요시 자유롭게 사용하고 원하는 다른 재화로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기에 사유재산의 하나입니다. 이처럼 어떤 사회가 주식 거래를 보장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에 관한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그러한 제도가 있는 사회에서만 가치 투자가 가능합니다. 오늘날 중국은 그러한 제도가 존재하고 주식 거래를 허용합니다. 따라서 주식이 기업의 일부 소유권을 뜻하는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합니다.
둘째, 안전 마진입니다. 개념 자체는 전혀 모호하지 않으므로, 방법론이 관건입니다. 투자자는 가격을 지불하고 가치를 얻습니다. 가치는 불확실하므로 가능한 한 낮은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이 생각에 동의할 것으로 믿습니다. 따라서 가치 투자의 실천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어려움은 나머지 두 개념, 즉 미스터 마켓과 능력 범위에서 비롯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처음 미스터 마켓을 설명했던 내용을 복기해 봅시다.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두고 반드시 악의적이지는 않지만, 판단력이 좋거나 지능이 뛰어나지는 않은 활력 넘치는 존재라고 논했습니다. 미스터 마켓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온갖 종류의 가격을 투자자에게 외칩니다. 그 사람이 관심을 두든 아니든 관계없이요. 하지만 미스터 마켓은 조울증을 앓는 환자입니다. 상태가 좋을 때는 아주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우울할 때는 아주 낮은 가격을 제시하죠. 보통 그의 외침을 무시하는 게 답이지만, 그가 극도로 흥분하거나 우울할 때는 극단적인 감정을 활용해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일어납니다. 오늘 여러분처럼 학교 강의실에 앉아서 설명을 들으면 미스터 마켓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 일을 시작하며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거래의 반대편에는 진짜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그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여러분보다 돈도 많으며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험도 더 풍부합니다. 즉 그들은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고 많은 것을 성취했으며 직장에서 높은 지위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레이엄의 미스터 마켓 비유와 전혀 닮은 면이 없습니다. 그들과 거래하다 보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을 한 사람이 여러분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분은 상사에게 혼나기도 하고 저지른 실수에 좌절하겠죠. 그쯤이면 멍청이는 여러분 자신이라는 생각에 이를 테고, 한때 믿었던 모든 것을 의심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치 투자를 실천할 때 우리가 처음 마주하려는 어려움입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서 멈춥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자기 능력 범위를 정의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자기 능력 범위의 경계는 어디쯤일까요?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어떻게 확신할까요? 격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여러분이 보유한 주식은 모두 하락하는데 다른 사람의 주식은 모두 상승한다면, 여러분의 판단이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계속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 강의는 미스터 마켓과 능력 범위에서 비롯하는 어려움에 관한 네 가지 질문에 초점을 두겠습니다.
첫째, 투자와 투기의 차이입니다. 둘째, 능력 범위의 정의입니다. 셋째,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입을 모아 투자자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라고 지적한 '기질temperament'입니다. 기질에는 선천적인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기질의 개념과 이를 계발하는 방법을 다루겠습니다. 넷째, 전문 투자자가 될 생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자기 부를 지키고 늘리는 방법입니다. 가치 투자를 실천하며 마주하는 어려움 대다수를 이 네 가지 질문으로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주식시장: 투자와 투기의 복합물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려는 사람은 먼저 시장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시장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시장을 움직일까요?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요? 가치 투자자가 시장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먼저 주식시장의 역사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근대적인 주식시장이 등장한 것은 약 400년 전으로, 인류 역사와 비교하면 지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그 이전에는 상업적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주식시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사건은 500년 전 신세계, 즉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200년간 유럽 경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이어서 식민지 시대가 도래하면서 원시적인 형태의 기업이 등장했죠. 기업이라는 개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식민지 발견과 대양 횡단 무역은 위험할 뿐 아니라 자본 집약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식민지 기업은 부유한 유럽 군주의 후원과 자금 조달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군주들은 곧 필요한 자금을 전부 충당할 수 없게 되었고, 귀족들과 협력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초창기 합자 기업이 탄생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일부 소유권을 보유했죠. 합자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고, 소유주였던 군주와 귀족은 일반 대중도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소유권을 더 분산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일반 대중이 이 소유권의 가치를 판단할 방법을 몰랐다는 것입니다(사실 그 합자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투자액을 줄이기 위해 소유권을 최대한 작은 단위로 나눴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언제든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인간 본성의 더 원초적인 본능, 즉 탐욕과 게으름,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열망에 부합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인간은 최소한의 노력을 투입해 최대한의 보상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박을 합니다. 도박이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해 왔던 이유가 다 있습니다.
원초적인 본능에 부합하는 초기 주식시장 설계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기업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및 서인도회사였습니다. 특히 동인도회사는 장기적인 성장을 구가할 만한 유리한 위치에 있었죠. 두 기업은 소유권, 즉 주식을 팔아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 기업 소유주의 이익도 빠르게 증가했고요. 그야말로 선순환이었죠. 하지만 주식을 언제든지 거래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 매료된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동인도회사의 실적을 추측하는 것을 넘어 다른 거래자의 예측치를 추측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주식시장의 유동성은 자체적인 역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투기 덕분에 주식시장은 큰 인기를 끌었고, 그 덕분에 더 많은 기업이 번영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놀라운 기능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참여할수록 더 많은 기업이 상장하고 싶어 했습니다. 성장하는 경제에 속한 기업이라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생산력을 확대하고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죠. 이렇게 창출한 부는 사람들의 소비를 늘리면서 선순환의 고리를 완성했습니다. 애초에 주식시장은 인간의 도박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고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과 기업 수가 임계치에 도달하자 해당 경제에서 성장하는 기업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한 선순환 기제는 무한히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400년 전쯤 또 다른 체제가 서서히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바로 근대 자본주의와 근대 시장경제입니다. 당시 과학과 기술 역시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고, 이는 오늘날까지 수백 년간 지속하고 있습니다. 과학혁명과 시장경제의 결합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경제의 지속적인 복리 성장이라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300~400년간 지속하면서 인류 문명은 전례 없던 수준으로 진보했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복리 성장은 실로 놀라운 힘을 가진 개념입니다. 어떤 기업의 순이익이 매년 6~7%씩 성장한다고 해보죠. 그리 대단한 것 같지 않지만, 그 속도로 200여 년간 성장을 지속하면 순이익은 처음과 비교해 100만 배 이상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복리의 마법입니다! (1801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주식시장의 과거 실적을 꼭 한번 찾아서 보시기 바랍니다. 4년 전 강의했던 "중국 가치 투자의 전망"에 담겨 있습니다.)
 
복리 수익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기업이 상장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식시장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부문이 작동하게 합니다. 물론 그것이 주식시장을 처음 설계한 의도는 아니었지만요. 따라서 주식시장에는 처음부터 투기자와 투자자라는 두 유형의 참여자가 존재했습니다. 투기자는 다른 시장 참여자의 단기 행동을 예측하고, 투자자는 기업의 미래 실적을 예측합니다.
투기자와 투자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들이 주식시장에서 얻는 성과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속도로 성장하는 경제에 속한 기업에 투자하면 기업의 순이익과 투자자의 수익이 모두 지속 가능한 속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단기적인 매매 행동을 예측한다면 결국 한 가지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제로섬 게임이기에 수익과 손실이 똑같아질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모든 투기자의 수익과 손실을 합한 금액은 제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투자와 투기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 승리를 더 오랫동안 지속할 능력이 있는 투기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나 패배하며 부자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충분히 긴 시간을 대상으로 한다면 승자와 패자의 결과를 합한 금액은 제로가 될 것입니다. 시장 내에서 일어나는 단기 행동에 대한 투기는 경제뿐 아니라 기업의 순이익 증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 80%, 투기 20%'류의 혼합된 투자 스타일을 적용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 사람이 자기 일의 70~80% 정도를 올바로 했다면 투자수익에 근대 경제의 복리 성장이 반영되겠죠.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비중은 다른 모든 투기자의 결과와 상쇄해서 결국 총합은 똑같이 제로일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여러분은 투자자와 투기자 중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고, 정답은 없습니다. 단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투자자는 사회의 모든 부문이 근대성의 선순환으로 진입해 지속적인 복리 성장을 누리도록 돕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근대성 담론Discussion on Modernisation"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참고하십시오. 제가 썼습니다.
투자자와 비교해서 시장의 투기적인 측면은 카지노에 더 가깝습니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이 카지노가 너무 커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지노가 없다면 시장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투기를 인간 본성의 일부이자 없앨 수는 없는 필요악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도박과 투기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를 압도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응당 그에 걸맞은 결과를 마주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2008~2009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그 상처는 여전히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로섬 게임의 원칙을 이해하고 나면 투기자가 곧 미스터 마켓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남들보다 우수한 실적을 내고 한동안 큰 성공을 이루는 투기자가 언제나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은 여러분보다 돈도 많고 영향력도 큽니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은 그들이 행하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투기자가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뛰어난 듯해도 그들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원칙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치관이 다르다면, 언제나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투기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옳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느끼면서요.
투기의 총합이 제로이고 진정한 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하는데도 투기가 계속해서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산 운용업의 고유한 특성과 관계있습니다. 자산 운용업은 서비스업이지만, 심각한 정보 비대칭이 존재합니다. 즉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투기자도 여러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구식이 된 'K-라인'(시가, 종가, 최고가, 최저가로 구성된 캔들 차트)의 자리를 이제 AI가 차지했지만, 둘 다 본질은 같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투기자가 제시하는 이론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투자와 투기의 원칙은 이해하기가 아주 쉽지만, 학계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대다수가 자기에게 이득이 되어서 이 주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합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득일까요? 우선 무지세無知稅, ignorance tax로 알려진 '정보착취세'를 징수할 수 있습니다. 무지세 덕분에 자산 운용업이 존재합니다. 업계의 대다수는 정보착취세 덕분에 먹고삽니다. 미래 실적이 어떻든 어느 정도 단기 수익을 내서 이를 홍보하면 전 세계에서 달려와 투자합니다. 그러고 나서 1~2% 정도 운용보수를 받습니다. 자금을 모집하고 나면 실적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죠. 이것이 자산 운용업의 실상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보수 구조가 똑같습니다. 이러한 기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가장 뛰어난 투자가가 가장 많은 돈을 벌고, 형편없는 투자가는 거의 돈을 벌지 못해야 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가 거의 똑같은 보수를 받습니다. 어떤 매니저가 뛰어난지 사전에 알기가 어렵기에 제대로 평가하려면 더 긴 시간 지평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각자 투자 원칙이 몹시 달라서 옳고 그름을 즉시 판단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따라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이해하고 미스터 마켓을 규명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정보착취세를 내고 싶지 않거나 그것에 의존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인내하고 버텨야 합니다. 받아 마땅한 자격이 있는 투자수익을 내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면 처음부터 '투자자'가 되어야 합니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투기자에게 정보착취세를 내는 멍청이가 되지는 마십시오. 그래서 미스터 마켓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면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과 정반대의 온갖 이론이 밀어닥칠 것입니다. 지금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면서 여러분이 알고 있던 것이 틀렸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즉 미스터 마켓에 당해서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투기가 제로섬 게임인 이유만 이해한다면 장기적인 성과를 내거나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기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 뛰어난 실적을 내는 투기자가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합법적인 선행매매에 의존합니다. 시세 조작의 승률은 100%이지만 불법입니다. AI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종목을 거래하려는지 알아낼 수도 있겠죠. 예컨대 어떤 종목이 MSCI 지수에 편입되기 전에 A주를 미리 사는 것처럼요. 어느 정도 확실하게 돈을 버는 방법이지만, 규모를 키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사회에 득이 될 것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모든 투기 전략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장기간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규모를 확대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유형은 투자자뿐입니다.
여담으로, 주가지수 투자가 꽤 합리적인 이유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지수 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와 투기를 합한 것입니다. 투기의 총합은 제로이므로 지수에 투자에서 올린 수익은 전부 투자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오류가 없는 주장이지요? 따라서 주가지수 장기 투자는 근대에 들어서서 내부적 요인 덕분에 장기적인 복리 성장을 이루는 일부 국가에서만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지수 투자가 성과를 내려면 그 지수가 전반적인 경제와 기업의 실적을 포착하도록 해당 경제의 모든 기업을 대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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